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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토끼와 채송화 꽃 ㅣ 신나는 책읽기 34
권정생 지음, 정호선 그림 / 창비 / 2012년 4월
'포옥, 잘래잘래, 곰실곰실, 방글방글, 방싯방싯, 쌕쌕쌕, 할딱할딱, 타닥타닥' 등 낱말들이 참 이쁘죠!
이 낱말들은 모두 첫번째 이야기 [아기토끼와 채송화꽃]에 등장하는 흉내내는 말들이에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런 낱말들 때문에 이야기가 꼭 눈에 보이는것처럼 생생하게 살아나요,
아빠없이 엄마와 단둘이 살면서 빨간 눈을 가진 토끼를 보며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투영하게 되는데
엄마를 떠나온 토끼가 너무 많이 울어서 눈이 빨개졌다는 생각에 채송화 꽃을 가져다 주기도 하고
혼자 있을 토끼가 안쓰러워 또다른 토끼 한마리를 데려다 친구를 만들어 주게 되는 이야기랍니다.
언제나 엄마가 일하러 나가고 나면 혼자 쓸쓸했던 아이가 토끼한마리 때문에 외로움을 덜지만
자기때문에 혼자 쓸쓸해져버린 토끼를 안쓰러워하는 마음이 참 가슴뭉클하게 합니다.
문득 먼저 하늘날로 가신 아빠를 떠올리며 혼자 남아 쓸쓸한 엄마를 더욱 생각하게 되구요
비록 사진속에 계시지만 아빠도 혼자여서 쓸쓸할거라 생각한 아이는 채송화 화분을 가져다 놓습니다.
자신도 외롭고 쓸쓸할텐데도 토끼를 생각하고 엄마와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이 참 기특합니다.
두번째 이야기 [까치골 다람쥐네]는 사람들의 골프장 건설로 숲이 베어져 삶의 터전을 잃은 동물들이
그래도 숲을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통해 우리 사람들을 꾸짖는듯한 동화에요!
우리는 흔히 다람쥐가 도토리를 잔뜩 주워다 여기 저기 숨겨놓고는 찾지 못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다람쥐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숲속 여기저기에 씨를 잔뜩 심어 숲을 살리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동물들의 습성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권정생할아버지의 감성에 깜짝 놀라게 되는 이야기에요!
사람은 많고 땅덩어리는 좁아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한 터전을 넓히려 숲을 베는일은 어쩔수 없다지만
상업적인 목적으로, 개인적인 욕심으로 자연을 망가뜨린다는건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못할짓입니다.
망가진 숲을 되살리기 위해 온힘을 기울여 씨를 심는 다람쥐 가족을 통해 권정생 할아버지는
자연을 망가뜨리는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동물들도 지키려 하는 숲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분명 다람쥐네 가족에게 힘이 되어 자연을 지켜나가는 아이들로 자라주기를 희망합니다.
그외 [또야 너구리의 심부름]과 [밤 다섯 개]의 단편은 심부름도 하고 친구와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로
주인공 너구리를 통해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와 공감하며 읽게 되는 재미난 동화에요!
그러고 보면 권정생 할아버지는 동물들 뿐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도 훤히 들여다 볼 정도로
순수하고 맑은 심성을 지닌듯 합니다.
아이들 동화책은 그림 또한 글 못지 않게 중요한데 사랑스러운 그림이 글의 느낌을 배가 시켜주네요!
살아생전 한번도 뵙지는 못했지만 동화를 읽으며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심성을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이쁘고 사랑스럽고 감동적인 동화로 다시 태어난 권정생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아이들도 할아버지의 동물을 사랑하고 자연을 아끼는 마음을 닮아 가기를 바래봅니다.
지금은 비록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왠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내려다 보실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