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진 1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이 소설을 역사적 실존 인물을 되살려낸 역사소설이란 사실을 알지 못한채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처음엔 조선말기 근대화의 물결이 일렁이던 역동적인 시대 배경속에 프랑스 공사와 사랑을 하고 프랑스 문화를 접하게 되는 한 여인의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조선의 궁녀였으며 무희였던 나인이 리진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고 자신과 애틋한 이별을 고하는 왕비 앞에서 춘앵무를 추는 보통의 로맨스소설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신경숙 작가는 조선말기 명성왕후시대의 무희였던 리진이라는 역사적 실존인물을 작가의 상상력을 끌어 내어 21세기 이 시대에 데려다 놓았다.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채 서씨의 손에서 자라던 리진은 다섯살 나이가 되어 궁에 드나들게 된다. 혼자 있어 적적한 대비전의 심심풀이로 드나들던 어느 하루 적막하기 이를데없는 궐을 돌아다니다 만나게 된 왕비는 그녀를 데려다 배를 긁어주며 어미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그리고 또 어느날 교태전에서 일어난 불길 앞에서 당당하던 왕비의 손에 꼭 붙들리기도 하며 그렇게 왕비와의 연이 깊어지게 된다. 자신을 거두어준 서씨의 집에 찾아온 푸른눈의 프랑스 선교사에게서 프랑스 말을 배우고 말을 하지 못하는 또래의 강연을 만나 오누이의 정을 나누며 그렇게 자라난 리진은 궐의 궁녀가 되어 왕비 곁에 머무르게 된다.

 

 

리진은 어릴적부터 총명함이 남달라 한번 알려준 글귀는 잊지를 않고 청국말, 프랑스말등을 익히는데 있어서도 그리 어려움이 없으며 수를 놓는 일에도 춤을 추는 데에도 누구도 리진을 따를자가 없을 정도로 재주가 뛰어 나다. 그런 재주로 인해 왕비 곁에 머물며 잠자리에 책을 읽어주고 왕비의 일을 보아주던 리진은 점술인의 시기로 인해 왕비에게서 내쳐지게 되는데 마침 리진을 한눈에 사랑하게 된 프랑스 공사가그녀를 궁에서 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궁에서 내쳐진 리진이 왕비의 뜻을 헤아리게 되면서 프랑스 공사 콜렝의 사랑을 받아들여 조선을 떠나기로 결심하기에 이르기까지 리진이 왕비곁에 머물기를 바라는것과는 달리 일이 진행되는 장면들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했다.

 

 

1권의 책에서는 외국인에게 우리나라가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블랑은 처음 조선에 와서 작고 외진 이 나라사람이 자기들만의 글자와 말을 쓴다는것과 글을 모를거 같은 여종까지 서책을 읽는 모습에 놀라는가하면 무엇보다 어린아이 어른 할것없이 모두 큰사발의 밥을 싹 먹어치운다는 사실에 놀란다. 여러나라를 다니며 그나라만의 독특한 물건들을 수집하는 콜렝 역시 둥그스름한 무덤을 보며 죽은 자와 산자가 함께 살고 있는 조선에 대해 기대감을 갖기도 한다. 물론 문화와 문물이 전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그 존재조차 알리 없는 조선이라는 나라가 색다르고 신비롭게 보일것은 당연하지만 그들 또한 이나라의 예법에 따라 행동하려 하는 모습에서는 높은 문화의식 수준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조선말기의 청나라, 러시아, 프랑스, 일본등이 조선을 두고 서로 간섭을 하려 드는 사실적인 시대상황들이 가끔은 소설이 아닌 다큐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그런 불안한 정국의 흥선 대원군과 명성왕후의 대립을 보며 어쩌면 호시탐탐 조선을 노리던 그들에게 조선이라는 나라안의 내분이 빌미를 준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외국인들에 의해 어린아이를 매매한다고 하거나 사람을 잡아 먹는다는등의 유언비어가 나돌았던 그때 조선이 얼마나 무지목매했는지를 알게 해주기도 하며 근대이 문물앞에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조선의 모습이 불안불안하게 여겨지기까지 한다.

 

 

물론 콜랭의 극진한 구애와 오랜 기다림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여느 로맨스 소설 못지 않은 달달하고 애틋함을 준다. 처음 리진과의 우연한 만남에서 프랑스말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며 반가이 인사하는 그녀를 몰래 사진에 담고 혼자만 애태우던 그앞에 그녀는 경회루의 연회에서 무희로 다시 등장한다. 또한번의 운명적 만남에 그녀에게 홀딱 반해버린 콜렝이 박수를 칠 기회를 놓쳐 결국 그녀를 프랑스 공사관으로 초대하게 되면서 급기야는 그녀와 프랑스로 건너가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한여자를 사랑한 눈이 푸르고 머리색이 다른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1권의 책은 콜렝이 조선에 머물며 있었던 자세한 정황을 담은 서신을 본국의 각하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이다. 어쩔 수 없는 운명에 처해져 프랑스 공사관에 머물며 서책을 통해 프랑스라는 나라를 탐닉하고 드디어 프랑스로 떠나는 배위에서 몸부림치듯 춤사위를 날리는 리진의 모습이 지금도 애틋하게 와 닿는다. 다음편의 그녀의 프랑스에서의 삶은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을지 몹시 궁금하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