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싸름한 첫사랑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5
엘렌 위트링거 지음,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첫사랑이라고 하면 가슴이 두근두근하면서도 왠지 모를 아릿함이 밀려온다. 주로 짝사랑으로 끝나고 마는 내 인생에 처음 찾아오는 가슴설레이던 그때 감정은 다시는 느껴보지 못할 그런 아릿함을 주지만 나이들수록 그때의 기억은 추억이 되어 그리움이란 감정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첫사랑을 지금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맞이하고 있을까?

 

 

이혼을 함과 동시에 자신과의 접촉을 꺼려하는 엄마를 증오하는 존은 주말이면 아버지와 가끔 만나지만 아들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여자에게만 관심있는 아빠에 대한 반항심으로 사춘기의 대표적 감성인 이성에 대한 관심조차 없는 감정 결핍이다. 그런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일인잡지를 만들던 존은 마리솔이라는 여자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처음엔 그냥 마리솔의 솔직한 글에 끌려서 만나게 되지만 점 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 설레이는 감정이 생겨나게 된다. 원래가 사랑이란 감정은 자신도 모르게 시작되는 법!

 

 

반면 마리솔은 자신의 친부모를 모르는 입양된 여자 아이다. 그 사실을 알고 출생에 대한 반항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인지 자신은 이성이 아닌 동성을 사랑하는 레즈비언이라고 말하며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다. 마리솔 또한 일인잡지의 글로 만나게 된 존을 만나 이야기하기를 꺼리지 않지만 친구이상은 아니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어느날 존이 자신을 댄스파티에 초대하자 알 수 없는 설레이는 감정을 느끼기는 하지만 철저히 레즈비언이 되고자 하는 마리솔은 그런 감정조차 그저 절친한 친구라는 범주에 포함시켜버리려 한다.

 

 

이 책의 일인잡지나 존과 마리솔의 글들은 어딘가 좀 애매모호한 구석이 참 많지만 책속의 또다른 이야기를 읽는듯한 재미를 준다. 존의 솔직하면서 충격적이고 강력한 글을 읽을때나 마리솔의 글을 읽을때면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되는데 무엇이건 명확하지 않은 그런 시기의 아이들의 이야기여서인지도 모르겠다. 엄마에 대한 증오의 감정은 내가 그랬던 어리석었던 그때를 떠올리게 하며 그 오해가 풀리는 시점에서는 나 또한 그 시기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라는 사실에 조금은 걱정을 덜게도 된다. 하지만 성정체성을 겪고 있는 마리솔에 대한 감정은 책속의 엄마만큼이나 혼란스러운것 또한 사실이다.

 

 

' 멀어져 가느 마리솔을 보며 가장 처음 든 생각, 가라, 가. 누가 이런 학대를 참아? 그 다음 든 생각. 어쨌든 마리솔은 내 마음을 정말로 이해하지 못했어. 급속히 찾아온 다른 생각. 나는 마리솔을 정말 이해하지 못했어. 오래지 않아 마리솔의 작은 등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며 든 생각. 나한테 관심을 가져 준 단 한사람이 저기 가는구나.' --- p187

 

 

존은 마리솔이 자신의 여자친구가 될수 없음을 알면서 진실을 외면한 채 마리솔을 댄스파티에 초대한다. 그에 마리솔은 시를 통해 친구이상이 될수 없는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 하지만 존은 더 혼란스럽기만 하다. 아니 어쩐지 마리솔 또한 자신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것 같은 생각에 그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고 만다. 존에게는 첫사랑이라는 감정이 하필 동성을 사랑하고자 하는 마리솔로부터 찾아온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아니 어쩌면 존의 감정은 솔직한데 성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마리솔이 솔직하지 못한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 난 그들과 어울릴 준비가 된 것 같다. 겁이 난다기 보다는 기대가 된다. 이제 나에게 다가올 어떤 일도 받아들일 것이다. ' ---p255

 

 

결국 친구를 잃고 싶지 않은 마리솔은 좀 더 자신을 정확하게 보여주고자 존과 함께 일인잡지 모임에 참가하게 되고 동성애자를 만나 그녀들과 함게 떠난다. 그런 그녀를 보며 존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찾아들어 짧은 순간이지만 자신을 달콤하게 했던 첫사랑의 씁쓸함을 맛보고 만다. 하지만 그런 세상의 모든 힘든 사랑 또한 사랑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엄마의 품으로 돌아가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가장 중요한 한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일인잡지라는 소재의 독특함과 성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정서와는 많이 다른듯도 보이지만 혹 나만 모르는 지금의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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