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동화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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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둠이 두려운 이유는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란다. 가끔 우리의 기억이 어둠에 가려져 두려운건 그 어둠이 가린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인걸까? 그렇다면 그렇게 떠올려지지 않는 기억을 부러 생각나게 하려 애쓸 필요가 없을텐데도 우리는 그 진실을 밝히려 애를 쓰게 된다. 그것 또한 어둠이 가린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는 두려움 때문이란 생각을 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언젠가 똑같은 일이 있었던거 같은 기시감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전생의 기억이 떠올려진거 같은 내 기억인지 모를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며 낯선 사람을 보며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어느날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미녀화가의 유작전시를 보러간 마유코는 그림을 보며 이상한 기시감에 사로 잡히고 또 자신의 것이 아닌 기억을 떠올리는등 너무도 이상한 기운에 사로잡혀 그곳을 벗어나려 하지만 그림때문에 급기야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고 만다.

 

마유코에게는 남다른 능력이 있는데 남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잘 찾는 능력이다. 은행을 다니면서 이 능력은 참 유용하게 사용되기도 했지만 자신이 잘 알던 상사의 죽음을 예지하고는 그 충격에 그만 직장을 그만두고 만다. 한동안 정상적인 삶을 유지해 나가지 못하는 마유코를 언니가 물심양면으로 잘 돌보아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노리코의 유작전에서 쓰러진 일을 계기로 화가의 아들이 찾아와 자신의 엄마가 환생한거 같다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한다. 단지 마유코가 쓰러지면서 가위라고 한것 때문에!

 

문제의 화가 노리코는 한창 이름을 날릴때쯤 갑작스런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이 되고 그 사건은 해결하지 못한채로 세월은 흘러 아들이 장성한 나이가 되어 엄마의 그림을 태우지 못해 고인을 기리는 유작전을 열게 된것이다. 그 와중에 마유코가 전시장을 찾아 아무도 알지 못하는 엄마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자 여러가지 정황을 따져 엄마의 환생을 믿게 되고 죽음의 비밀을 밝히고자 한다. 새롭게 발견한 노리코의 유언이 적힌대로 사람들을 찾아가 그림을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엄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죽음에 대한 단서를 찾기로 하는데 누군가 그 일을 막으려 하는 사람이 협박 전화를 하기까지 한다.

 

이야기속에는 마유코가 일하는 직장의 선생님과 그녀의 언니 이야기가 드문드문 등장하는데 그들은 모두 이 미지의 사건과 하나둘 엮이게 되고 이야기가 극에 달할수록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생각하게 되지만 전혀 생각지 못한 인물로 등장하게 되는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고 있어 작가의 글을 이끌어 가는 힘에 어느새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또한 점 점 환생의 진실이 밝혀지고 화가의 아들에 대해 혹시나 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나게 되며 화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그동안 진실이 가려졌던 이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한다.

 

때로는 정말 때로는 아무리 진실이라해도 밝혀지지 않는것이 더 좋은지도 모르지만 진실이 밝혀져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자신이 범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장본인에게는 꽤나 큰 충격이 된다. 또한 화가의 환생이라고 생각했던 마유코의 경우 잘 떠올려지지 않는 환생의 기억을 쫓느라 애를 쓰지만 그것 또한 전혀 다른 사람의 기억을 들여다 본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얼마나 허무할까? 우리 사람들은 정말이지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것만 기억하고 또 남의 기억을 제 기억처럼 착각을 하기도 한다. 온다리쿠는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잘 들여다보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러를 만들어 낸듯 하다.

 

나 또한 잃어버린 물건을 제법 잘 찾곤 하는데 잃어버린 물건을 잘 찾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 생각보다 참 많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된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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