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잉 아이 - Dying Ey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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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전혀 죽고 싶지 않은 한 여자의 죽음을 직면한 순간을 무척이나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이 된다. 그리고 '양하'라는 술집의 바텐더로 일하는 신스케라는 젊은이가 어느날 낯선 남자에게 가격을 당하고 자신의 기억 일부를 잃어버리는 일이 발생하는데 그를 죽이려했던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자신이 교통사고를 냈던 그 여자의 남편이다. 신스케는 바로 그 교통사고 전후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것이다.

 

바로 이전에는 자신의 기억이 아닌 기억때문에 비명횡사한 어느 화가의 환생을 소재로 그 사람의 죽음의 비밀을 밝혀내는 소설을 읽었었는데 이번엔 자신의 기억 일부를 잃고 그 기억을 찾으려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로 그 사건의 진실을 밝혀 내는 이야기라니 왠지 앞뒤가 잘 맞는 톱니바퀴가 굴러가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신스케는 자신이 잃어버린 기억때문에 답답함을 느끼고 사고 현장을 찾아가거나 자신에게 복수하듯 자신을 가격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그 남자의 집을 찾아가기도 한다.

 

함께 살던 동거녀가 어느날 사라지고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루리코의 등장으로 신스케는 그녀에게 홀딱 빠지고 마는데 그녀와의 하룻밤 뜨거운 정사로 더욱 애가 닳아 한다. 자신이 병원에 있을 동안 물심양면으로 자신을 도와주었던 동거녀의 행방이 모연함에는 안중에도 없다. 그러던 어느 순간 자신이 때때로 느꼈던 기시감의 정체가 3천만엔이라는 돈이란 사실을 기억해내지만 돈은 이미 그곳에 없다. 여자에게 눈이 먼 신스케나 애인의 돈을 들고 사라진 동거녀나 다 거기서 거기인 인간들인걸까?

 

자신이 냈던 교통사고의 또 다른 숨겨진 사실을 알아내고 루리코에게 감금당하는 끔찍한 일을 당하는가하면 그 사건과 관련된사람들을 탐문하면서 그때의 모든 기억들을 떠올리게 되는 신스케! 자신의 흐릿한 기억속에 존재하던 기억들이 분명해졌지만 오히려 상황은 그전보다 나빠져 그는 또다른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정말이지 별로 좋지 못한 기억을 애써 떠올릴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를일이지만 진실이란 언젠가는 밝혀지기 마련, 그리고 죽음의 위기에 맞딱드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루리코의 등장은 이야기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내가 아는 다잉아이는 마지막 죽어가는 사람의 눈동자에 남겨지는 기억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살아남은 사람의 끔찍한 악몽같은 기억이다. 그 죽어가는 사람의 공포심에 혹은 증오심에 가득한 눈동자를 맞닥뜨린 사람이라면 그 다잉아이에서 헤어나오지 못한채 한평생을 공포에 떨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 작가는 아마도 그렇게 억울하게 죽어간 한 여자의 혼이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한 사람의 눈동자속에 각인되어져 자신 또한 그렇게 끔찍하게 죽게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속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되풀이 된다. 교통사고란 정말 재수가 없어서 생기는 것으로 자신이 사고를 내고도 큰 벌을 받지 않는건 운이 좋아서 그런거라는 이야기 말이다. 또한 별로 좋지 못한 기억을 왜 떠올리려 하느냐고 어차피 잃어버린 기억이라면 애써 떠올릴 필요가 없다는 말은 자꾸 귀를 솔깃하게 한다. 신스케 또한 자신이 사고를 내고도 징역 선고를 받았지만 집행유예로 거의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바 없는 생활을 하고 있으니 쉽게 생각했을 정도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억울하게 죽은자의 영혼이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나와 이 책이 미스터리 심령스릴러인가 싶은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쩌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만큼 사고라는것에는 그것이 어떤 재수나 운에 따른 것이 아닌 인간의 실수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말하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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