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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도 : 연옥의 교실
모로즈미 다케히코 지음, 김소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언젠가 티비에서 군중심리에 대한 다큐를 본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면 아무도 도와주려 나서지 않지만 단지 한사람만 그상황을 보게 되면 망설임없이 달려가는 장면을 보면서 정말 이상한 현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아직 아무런것도 확실하지 않은 우리 아이들이 모여 있는 한반에서의 군중심리를 보여주는듯한 이야기랄까? 이 책은 독특하게도 글로만 풀어가는 추리소설이 아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건이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독자의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시각적인 그림을 이용하고 있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다.
어느 명문 중학교에 한 성인 남자가 침입해 여학생을 무참히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지만 범인은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가 하면 반 아이들도 모두 공황상태에 빠져 제대로 그 상황을 설명하지 못한다. 사건의 진위를 밝혀야하는 경찰에서는 재현을 통해 사건의 참상을 밝혀 내고자 하지만 마침 재현에 참여했던 한 경관이 재현이라는 명목으로 사건을 날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그만두면서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한 방송사에서 마침 이 사건의 재현을 특집방송으로 내보내고자 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방송을 타기 하루전의 시점에서 점 점 방송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더욱 초조하고 긴박하게 전개가 된다.
요즘도 그 문제가 점점 심각해져가고 있는 왕따 이야기가 불거져 나오는가 하면 그로 이한 여학생의 자살문제, 그리고 그 이면에 숨어 있는 학교 재단 이사장의 비리, 선생님과 바로 이 책의 제목인 정보를 수집, 분류, 배양한다는 라가도에 대한이야기까지 사태는 점 점 그 범위가 자꾸 넓어지는가 싶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전혀 생각지 못한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고 전혀 놀라운 결말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명확하지 않게 어떤 단어를 이야기하거나 애매모호한 대화를 주고 받게 하는등의 작가의 작전은 더욱 독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켜 안달이 나게 만들기도 한다.
방송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속속 밝혀 지는 이야기들은 기존의 생각들을 뒤집기도 하고 또 전혀 엉뚱한 방향에서 새로운 사실이 등장하기도 하면서 읽는이로 하여금 지루할틈이 없게 만드는것도 사실이지만 중구난방으로 쏟아져 나오는듯한 너무 많은 이야기들로 가끔 집중이 잘 안되고 산만해지는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사건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는 고다 연출자와 이자와라는 두 사람의 대화로 복잡했던 이야기들이 정리되기도 한다. 또한 결말에 이르러 전혀 다른 기억을 떠올리는 짤막짤막한 학생들의 이야기는 생생한 현장감을 주기도하며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게 될 순간이 다가오는 긴박감을 높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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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건이 일어난 중학교 어느 교실안의 아무런 관련이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던 그림이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점 점 하나하나 늘어가면서 모든 반아이들이 관련되어지게 되는 마지막 그림에서는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수 있을까 하는 놀라움과 함께 누군가의 명령이 아님에도 모두 같은 행동을 하고 생각을 했다는 것이 미스터리하면서 군중심리에 대한 생각을 다시 부추기게 한다. 내 의지가 아니어도 나도 모르는새에 끌려가고 있는 군중심리의 무서운 단면을 보는듯하다. 이 책의 소제목인 '연옥의 교실'이라는 문장이 책을 다 읽은 지금에야 눈에 들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