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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담은 낙타의 눈처럼
이청은 지음 / 아롬미디어 / 2012년 3월
평점 :
언젠가 선생님과 제자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로맨스 드라마가 한창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결코 허용되지 않는 스승과 제자의 사랑, 하지만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고 사랑에 눈뜨는 시기의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첫사랑의 기억으로 남겨지게 되기도 한다지요. 그렇게 순수한 시기에 처음 가지게 된 사랑이 왜 그렇게 힘이들어야 하는지 드라마를 보면서 참 안타까워 하고 드디어 학생이라는 신분을 벗어나 어엿한 성인이 되면 이제야 그들의 사랑이 결실을 보나하는 기대감을 갖지만 세상은 그렇게 되도록 그들을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스승과 제자의 사랑, 그리고 이별과 운명적인 만남, 기억상실과 재회 등의 그런 로맨스 드라마의 공식을 모두 갖추고 있는 한편의 드라마틱한 사랑이야기입니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지방의 고등학교에 부임하게 된 미술선생님 이유주가 문혁이라는 아이와 순수한 사제지간의 정을 나누며 자신의 학창시절 가슴설레었던 선생님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두가지 이야기가 진행이됩니다. 학창시절 그래도 모범생이었던 이유주와 물리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지금의 제자인 문혁과의 첫만남처럼 순탄하지 않았지만 점 점 서로의 오해를 풀어 나가면서 가슴설레이는 감정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 엇비슷하게 전개가 됩니다.
한번쯤 선생님을 짝사랑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의 과목만큼은 좋은 성적을 받기위해 수업시간에 집중하며 사춘기에 접어들어 처음 가져보는 설레이는 마음을 표현하려 해보지만 쉽게 그러지 못했던 그 시절을 현재의 문혁과 그 옛날 학생이었던 이유주가 알콩달콩 엮어내는 이야기가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선생님을 너무너무 사랑했던 그 학생이 나중에 정말 그 선생님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는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마음이라 생각했던 그 짝사랑이 이루어질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어느날 자신의 학창시절 짝사랑했던 선생님의 부음소식과 일기장을 전해받은 이유주는 그만 쓰러지고 맙니다.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 교정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집으로 들어가게 된 이유주를 잊지 못하는 문혁. 선생님과의 가슴설레던 시간들로 자신의 마음이 선생님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차 버린 문혁은 선생님의 책상에서 발견하게 된 일기장에서 학창시절 이유주라는 맑고 순수한 학생을 사랑했던 가슴절절한 최선우 물리선생님의 이야기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선생님으로써 학생을 사랑하게 된 과정과 영악한 한 여학생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해 혼자만의 가슴아픈 사랑을 해야했던 선생님의 사랑이 공개됩니다.
물리 선생님이 한인간으로 순수하고 맑은 이유주 학생을 사랑했던 것처럼 이유주 또한 자신도 모르게 문혁이라는 학생을 사랑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선생님의 죽음과 이런저런 일들이 더이상의 인연을 허락하지 않은채 몇년의 세월이 흘러 이유주는 미술선생님이 아닌 세상의 모진 풍파를 이겨낸 억척스러운 여자가 되었으며 문혁은 어느회사의 대리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선생님을 잊지 못하던 문혁은 어느날 우연히 이유주를 다시 만나게 되지만 어쩐일인지 그녀는 문혁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시 만난 그녀에게 진심을 다해 학창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될즈음 그만 화재 사고로 그들은 다시 이별하게 됩니다.
드라마의 공식이 늘 그렇듯 '몇년후에'라는 단어가 나오며 화면이 바뀌면서 아이가 어른이 되어 등장하고 그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결국 우연을 가장한 운명은 그들을 다시 만나게 하고는 합니다. 그 과정에 있어 무언가 극적인 구성이 없다면 이야기는 밋밋하게 끝나고 마는데 이소설에서는 기억상실이라는 소재를 끌어왔습니다. 그래서 화재사건으로 기억을 되살리면서 그들이 맺어졌다면 좋았을 이야기가 또다른 극적인 구성을 끌어들인데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느 영화에서 반신불수가 되어 사랑하는 사람앞에 나타나지 못해 자신을 죽은 사람으로 만들었다가 극적인 만남을 하게 되는 그런 클라이막스는 한번이면 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야기는 해피엔딩입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겨울동안 꽁꽁 얼었던 마음과 몸을 녹이듯 스승과 제자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와 우연을 가장한 운명적인 만남이 주는 드라마틱한 로맨스 한편은 봄의 나비처럼 마음을 팔랑거리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