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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볼
유준재 글.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우리 아들도 이 그림책을 만든 작가의 나이쯤 되면 어렸을적 아빠와의 추억을 이렇게 떠올리지 않을까?
뭐 아들이 아니더라도 어려서 아빠와 함께 했던 추억을 가진 아이들이라면 나름 다른 추억을 떠올리며
공감하게 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빠가 운전하는 자전거 뒤에 앉아 덜컹 거리는 길을 달리는데도 마냥 좋았던 기억 같은것 말이다.
아빠들은 아침이면 회사에 가고 아이들은 주로 엄마들과 하루를 보낸다.
아마도 이 동화작가도 그렇게 아침이면 회사에 갔다가 저녁에도 늦게까지 일하느라
얼굴 한번 제대로 보기 어려웠던 어린시절을 떠올렸나보다.
그래서 가끔은 늦게까지 아빠를 기다렸던 그날을 떠올리며
이렇게나 먼길을 돌아오는 아빠를 그렸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기억 한편에도 밤하늘 별을 헤아리며 이제나 저제나 아빠를 기다렸던 때가 있다.
그렇게 얼굴 보기 어려운 아빠지만 한참이나 같이 앉아 같은 티비를 보던 때를 떠올린다.
야구를 하는 시간이면 아빠는 이러거니 저러거니 야구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그래서 아들은 아빠와 캐치볼을 하고 실수로 유리창도 깨면서 무척 친밀한 관계가 된다.
우리집 아빠와 아들의 모습을 보는거 같은 그림들이다.
어려서부터 야구를 즐겨보던 아빠 덕분에 야구선수가 꿈이 되어 버렸을 정도로 야구를 좋아하는 아들,
그 아들도 100프로 공감하게 될 장면들이다.
분명 똑같은 야구라는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아빠와 아들이 같은 팀을 응원하라는 법은 없다.
처음 아빠를 따라간 야구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던 그 야구장의 함성 소리는
오래도록 기억의 한자리를 차지하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점 점 아빠와 아들은 더이상 같이 캐치볼을 하거나 남의 집 유리창을 깨지 않는다.
작가의 이야기처럼 함께 목욕탕에 가지 않은 그 무렵부터인지도 모르겠지만
언제나 아빠가 전부인거 같았던 아들이 사춘기를 맞아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시작해서가 아닐까?
더이상 아빠와 함께 야구를 하거나 야구경기를 보러가지 않더라도
아들이 자라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게 되면 분명 아빠와의 추억을
아들에게 물려주게 될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마이볼'을 외치며 공을 잡으려 애쓰는 아이는
아빠이면서 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야구이거나 축구, 혹은 자전거 타기나 인라인스케이트 타기 같은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더라도
아빠와 아들이 추억하게 되는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보게 하는 참 가슴찡한 그림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