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초월 살인게임

밀실살인게임 2.0 ㅣ 밀실살인게임 2
우타노 쇼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2월

얼마전에 우타노 쇼고의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라는 책을 읽으며 완전 속았던적이 있는데

밀실살인게임이라는 책은 또 어떻게 나를 속여 넘길지 궁금해서 집어 들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인간이라면 도저히 그럴 수 없는 다섯 광인들의 진짜 미친 살인게임을 보여주는 책이다. 한사람씩 돌아가며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그것도 아주 끔찍한 방법으로 죽이고 밀실을 만들어 나머지 네명으로 하여금 그 밀실의 수수께끼를 추리하도록 만드는 그야말로 밀실살인게임!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섯 살인자들은 각자 본명과 얼굴을 숨기고 가면을 쓴채 화상 채팅을 통해 실시간 대화를 주고 받는다. 밀실살인게임에 관심을 가진 다섯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한자리에 모인것이다. 그중 한사람은 화상이 아닌 키보드로 대화에 참여하는데 그가 가진 별명은 콜롬보, 다른 사람들이 한참 열을 내며 추리를 하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다 마지막에 결정적으로 정답을 맞추는 그는 다섯광인중 가장 명석한 자다. 하지만 그의 최후는 전혀 생각지 못한 결말로 우리에게 충격을 주기도 한다.

처음엔 그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밀실살인사건 기사를 보며 그 살인의 수법을 추리하는 이야기를 주고 받길래 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가보다 싶었는데 가만 그들의 대화를 듣고 보니 이들은 벌써 사람을 여럿 죽여본 경험자들이다. 그뿐만 아니라 살인을 미리 예고하는가 하면 사람을 죽이는 수법 또한 너무 잔인한데다 자신의 밀실 트릭을 풀이하기 위한 힌트로 그 현장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는등 보통의 인간으로는 도저히 상상 불가한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살인행위를 자치하고 도저히 어디로도 들어갈 수 없는 밀실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놓고 사건 현장을 탈출한 수법을 추리해내는 그들의 대화를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그들의 대화에 상상으로 끼어들게 된다. 그리고 정답에 가까운 추리를 해내는 그들을 보며 이정도로 추리실력을 갖춘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런 살인게임을 즐기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미스테리로 남겨진 사건들을 추리해내는데 머리를 모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들은 밀실살인게임이라는 퀴즈를 내기위해 가까운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가 하면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기까지 하며 밀실트릭이라는 부분에 그 누구보다 우위에 있고 싶어하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도저히 상상도 하지 못할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다. 게다가 보통 이런 모임이라면 남자들일거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주기도 하며 마지막 최고의 밀실살인게임을 벌이는 콜롬보는 그야말로 그들의 최후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작가의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어느새 빠져들어 끝까지 다 읽게 되는 책이라고 하겠다. 인터넷으로 인한 폐단을 보여주고 있으며 모방범의 실례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이건 정말 이야기에서조차 존재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