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된 쉘 실버스타인의 길지 않은 글들이 강한 인상을 주었었다.
그 시절 한창 서중윤의 [홀로서기] 라던지 조병화의 [남남] 이라는 시집에 빠져 있어 베껴 쓰곤 했는데
그런 감성적인 시가 아닌 꼭 말놀이 같은 글들이 시라고 하니 왠지 좀 어색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짤막한 몇줄의 글이 주는 느낌이란 사고의 전환을 가져다 줄 만큼 놀라운 것들이었다.
재치 넘치고 기발하고 엉뚱한데다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 넘는 반전을 주는 작가라 할 수 있겠다.
우리는 모든것들을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려 들기 일쑤인데 이 시를 읽게 되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속사정이 저 모자속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책의 뒷장을 넘기면 그 속사정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꾸며 놓은것은
작가의 재치인지 출판사의 편집인지 모르지만 사실 뒤그림을 보고 앞 그림을 보게 된다면
반전이 그닥 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쉘 실버스타인의 시란 재미난 한편의 넌센스 퀴즈를 푸는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도 하는데
한번도 만나 보지 못한 작가지만 이 작가가 무척 재미난 사람이 아닐까 상상하게 된다.
이 시의 경우 또한 글속의 아이를 그림을 보며 상상하게 만들지만 결론은 전혀 엉뚱하기만 하다.
그런데다 옆 페이지에는 또 생각지 못한 반전을 주는 구절이 덧붙이는 말로 쓰여져 있다.
작가의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구성하는 재주가 남다르다는 사실을 느끼게 하는 구성이다.
쉘 실버스타인의 시집은 그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등장하는데 때로는 좀 끔찍하기도 하고
왠지 부담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시를 읽는 재미를 더해 주는것만은 사실이다.
이 시의 경우 호른을 부는 연습을 하루에 몆분씩만 하면 금새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다고 부추기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정말 기발하고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다.
사람들은 가끔 누구나 다 무엇이건 연습을 열심히 하면 못할게 없다는듯 말들을 하지만
아마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를 모른다면 도대체 어떻게 연습을 할 수 있겠는가!
작가는 분에 넘치는 것에 기대를 걸지 말고 어떤것을 먼저 시작하는것이 좋은지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듯 그 속뜻을 금새 알 수 있는 그런 시들이 대부분이다.
요즘은 정말 알고 먹으면 먹을 수 있는것들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쉘 실버스타인의 이 글은 바로 그런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먹거리에 대해 꼬집고 있다.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나쁜것들 투성이니 그것들을 안먹으면 나는 더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사람은 먹지 않고는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없으니 나쁜것들을 개선해야한다는 사실을 일러 주는 시다.
이 처럼 쉘 실버스타인의 시들은 개구쟁이 아이들에게는 개구진 자신을 보는 거 같은 즐거움을
세상에 못마땅한것 투성이인 심술궂은 어른들에게는 세상을 달리 보게 하는 재미를 주는
아주 즐거운 시간을 가지게 하는 책인듯 하다.
나 또한 학창 시절에는 반전이 주는 글이 즐거워서 좋아했지만 지금은 그 뒷면에 숨겨진 뜻을 눈치채고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글을 접하게 되니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에게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