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짝사랑이라고 하면 흔히 남자와 여자가 각자 혼자서만 몰래하는 사랑을 생각하기 마련, 히가시노 게이고의 짝사랑은 어떤 이야기일까 하고 책을 펼친 순간 내가 생각했던 그런 사랑이 아니라는 사실에 그저 당황스러웠던 책이다. 남자와 여자만 꼭 짝사랑하라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보통 사람들의 고정관념에 뒤통수를 치는 이야기랄까?

 

사실 나는 여자로 태어났지만 가끔은 남자가 되고 싶기도 하고 남자같은 성격을 드러낼때도 있다. 하지만 나같은 보통 사람은 그냥 여자로 살아가기 마련인데 이 책속의 한 여인은 자신이 여자로 태어났지만 남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자가 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자신이 이상형으로 삼는 남자를 동경하고 그와 몸을 섞는 일까지 서슴치 않는다.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정립하지 못해 방황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남자와 여자로 양분화 되어진 이 사회와 우리의 생각을 달리 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대학의 미식축구부였던 쿼터백 데쓰로, 동기들 모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미스키를 오랜만에 만나지만 그녀는 자신은 여자가 아닌 남자라면서 충격을 주는데 그녀는 다름 아닌 성정체성 장애를 갖고 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은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았지만 자신은 역시 남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 집을 떠나와 술집의 바텐더로 일하며 그곳의 호스티스를 쫓아 다니던 스토커를 살해하고 도망치고 있다고 말한다.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던 데쓰로뿐 아니라 책을 읽던 독자들 또한 충격이다.

 

다행히 미스키와 데쓰로의 아내는 대학에서 친하게 지내던 사이다. 그래서인지 미스키의 충격적인 출현에도 불구하고 데쓰로의 아내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미스키를 받아 들이고 그녀를 숨겨 주고자 한다. 하지만 일이 잘 되지 않자 미스키와 연인사이였던 옛애인을 불러들여 그녀를 달래기에 이르는데 결국에 그녀는 친구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그집을 떠나고 만다. 그렇지만 결코 그녀를 포기하지 못하는 데쓰로는 그녀의 행적을 쫓게 되고 그로 인해 남과 여로 양분되어 있는 성에서 예외적인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데쓰로를 통해 세상에는 남과 여의 성을 모두 가진 사람과 남자지만 여자로, 여자지만 남자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보게 되는데 그와 동시에 미스키의 삶을 통해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다워야 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된다. 겉모습과 다른 속마음 때문에 남자와 여자가 규범화 되어진 이 세상에서 그들이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를 들여다 보게 되고 우리가 남자와 여자로 나누고 있는 많은 것들이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이란 그저 그 사람 자체로 존중되어져야 할뿐 남자는 이래야 한다느니 여자는 저래야 한다느니 하는 잣대는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미스키는 그렇게 자신이 여자인지 남자인지를 확실히 하지 못한채 때로는 여성을 때로는 남성을 짝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는 대표인물이다. 또한 그런 미스키를 짝사랑하는 주변 인물들에 의해 그녀와 같은 많은 사람들을 들여다 보게 되는데 과연 데쓰로는 미스키의 오랜 짝사랑을 찾아 줄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