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사형제도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책으로 교도관 난고가 2년의 형기를 마치고 가석방 되어 출소한 상해 치사 전과자 준이치를 조수로 삼아 사형을 선고 받은 살인범의 원죄를 밝히는 이야기가 긴박하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다.
처음 사형수들이 갇혀 있는 제로 감옥에서 사형수가 형장에 가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장면은 죽음 앞에서 초연해 질 수 없는 사형수의 마지막 몸부림으로 그야말로 지옥의 문턱을 보는 것만 같은 긴박감이 흐른다. 교도관들의 발자국소리가 자신의 감방 앞에서 멈추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들의 간절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고 해야 할까? 분명 죽을 죄를 지어 사형을 언도 받은 그들이지만 죽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죄를 부인하는 한 인간의 나약한 모습에는 그 누구라도 숙연해 지지 않을 수 없다.
교도관 난고는 쌍둥이 형보다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고등학교만 졸업을 하고 교도관이라는 직업 세계에 뛰어 들게 되는데 그 직업 안에 사형을 집행하는 항목이 들어 있는줄은 전혀 몰랐다. 참혹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그였지만 자신이 직접 사형수의 목에 밧줄을 걸고 형을 집행하는 형장에 선 이후로는 더이상 편안하게 잠들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사형선고를 받고 갱생의 의지를 보이는 사람들을 보아 온 그는 사형에 대해 점 점 혐오감을 느끼기까지 하는데 자신이 그렇게 사형수의 형을 집행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출세를 한것은 가정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였건만 그의 직업 때문에 가정은 행복과는 점 점 멀어지고 있으니 염증을 느낄만도 하다. 그런 그가 자신의 더럽혀진 손을 씻고 가업을 이어 빵집을 일구고자 사형 언도를 받은 사형수의 무죄를 증명하는 증거를 찾는 일을 자처하게 된다.
난고가 조수로 삼기까지 할 정도로 믿음을 가진 준이치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20대의 건장한 청년으로 청소년기 잠깐의 가출로 인해 정당방위로 사람을 죽게 하고도 2년형을 언도 받아 복역하게 된다. 거기에는 부모가 7천만엔이라는 합의금을 대기로 했다는 사실을 출소 이후 알게 되어 난고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되는데 하필 그 사건은 10년전 준이치가 여자친구와 가출했던 바로 그곳이다. 이건 운명의 장난인건지 우연인건지 모르지만 점 점 기묘한 생각에 빠져 들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들이 원죄를 밝히고자 하는 사형수는 오토바이 사고로 그 이전의 몇시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단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오토바이 자국만으로 살인자가 되어 버린 그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살인죄로 사형을 당하게 된것이다. 그런 그가 기억해낸것은 계단을 올라갔다는 것 하나뿐! 그래서 두 사람은 범인이 가지고 갔지만 사라져버린 통장과 인감과 범행에 사용된 흉기가 함께 묻혀 있을지 모를 장소를 찾기 위해 범행장소나 그 주위에 계단이 있었는지를 탐문하게 되지만 전혀 찾을 수가 없다.
그렇게 사형수의 원죄를 밝히기 위해 수소문을 하다가 난고는 준이치가 그곳 경찰을 만나 낯빛이 변하는데다 10년전 여자 친구와 가출했다가 잡히게 된 그날 날붙이에 의한 상처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준이치의 기억속에서조차 가물거리는 10년전 그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우여곡절끝에 사라졌던 인감과 흉기를 찾아 내는데 지문조사에서 찾게 된 인물은 다름 아닌 준이치, 자신의 죄를 증명하기 위해 증거를 찾았다는 이야기?
난고는 그 사실을 받아 들이지 않고 그동안의 갖가지 행적들을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보게 되는데 분명 커다란 음모가 존재한다는 것을 캐치해 내고는 준이치를 구하기 위해 쌍둥이 형까지 동원해 백방으로 힘을 쓰게 된다. 난고로부터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준이치는 진범이 훔쳐 숨겨 놓았을 또 진짜 증거를 찾기 위해 인감을 찾았던 그곳을 다시 찾아가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려 하는 사람을 맞딱 드리게 되는데 그야말로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주며 독자들이 전혀 생각지 못한 인물을 끌어다 놓는다.
13계단, 이는 사형수가 마지막으로 오르는 계단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는 진짜 범인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사형수를 13개의 절차를 밟아 사형에 이르게 되는 상황과 맞물려 사건의 진범을 쫓는 준이치를 점 점 의심스럽게 만들어 가는가 하면 마지막엔 전혀 다른 상황을 만들어 버린다. 신인작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이야기구성과 거미줄 처럼 엮여 있는 캐릭터들의 관계와 반전에 손에 땀을 쥐게 된다. 사람은 사람을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볼때 사형제도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주장하게 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