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양억관 옮김 / 이상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보통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사건이 벌어지고 경찰이나 탐정등이 사건을 추리해가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도 나름 사건을 추리하다가 작가가 숨겨놓은 반전에 뒤통수를 맞게 되는 이야기가 전개되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은 갓 결혼한 신혼부부의 남편이 실종되는 사건을 시작으로 남편의 형님이 죽고

또 함께 사건을 파헤쳐 나가던 회사 동료가 죽고 급기야는 사건의 용의자로 생각했던 사람까지 죽는다.

그런 과정을 추리해 나가는 사람은 다름 아닌 갓 결혼해서 실종되어 버린 남편의 아내 데이코다.

 

남편을 찾아 그의 행적을 추적하던 데이코는 형님의 죽음으로 등장한 어느 여인을 추적하며

남편이 일본 패전 당시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몸을 팔던 여인들을 단속했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또 다른 이름으로 그 여인들 중 누군가와 동거하며 살다 데이코와의 새로운 삶을 기회로 삼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음을 추리해 낸다.

물론 데이코는 신혼여행지에서의  남편의 행동에서부터 분명 다른 여자가 있음을 직감하기도 했지만

남편의 이중생활이라니 문득 어느 영화에서의 평범한 한남자의 이중생활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한다.

 

남편의 행적속에 등장하는 벽돌공장 사장 부부를 그저 그와 친했던 사람들이라 생각했던 데이코는

자신을 도와주던 남편의 직장 동료의 죽음과 그 죽음의 용의자였던 남편의 여자의 자살을 통해

자신의 비밀을 알아챈 사람을 죽이고 왜 다시 돌아와 자신마저 자살을 해야했는지 의문을 가진 데이코는

남편의 실종과 형님의 죽음등을 모두 원점으로 돌려 놓고 사건의 동기를 다시 추리하고 추리한다.

소설속에서는 데이코의 머리속으로 생각하는 갖가지 추리 내용들을 반복해서 서술하고 있다.

왠지 독자들의 생각까지 정리해 주려는듯 한 이런 부분들은 독자 스스로 추리할 자리를 뺏는 느낌이다.

 

티비 좌담회를 통해 일본 패전당시의 매춘부들의 삶을 들여다 보는 이야기를 보던 데이코는

문득 그런 삶을 숨긴채 티를 내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에

어떤 한 여인을 떠올리면서 데이코의 그동안 그렇게 찾으려 애쓰던 사건의 동기를 찾게 된다.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위치에서 살아가던 한 여인이 자신의 과거 행적을 숨기고 살고 싶었지만

그 과거를 아는 사람이 등장하자 불안해진 그녀는 그만 사람들을 죽이고 또 죽일 수밖에 없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만것이다.

 

사실 누구든 숨기고 싶은 과거를 아는 존재가 나타나면 불안에 떨 수 밖에 없다.

더우기 꽁꽁 숨겼던 몸을 팔며 살아야했던 시절의 자신을 아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말할것도 없다.

그처럼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몸을 팔아야했던 여인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받아들여 주지 않는 사회상이 그 시대의 여인들을 어떻게 몰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일본 패전 당시 몸을 팔던 여인들의 삶을 반추해 보게 하는 소설이랄까?

 

이 추리 소설은 여주인공의 추리과정을 통해 사건의 동기를 파헤쳐 나가는 소설로

본명 그 동기를 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 점 점 미궁속으로 빠지게 한다.

그리고 보통의 추리소설처럼 드문 드문 반전이 숨어 있어 읽는 재미를 주기도 한다.

무언가 벌어질거 같고 누군가는 꼭 범행과 관련이 있을거 같으며 혹은 이사람이 범인이 아닐까 하는 순간

작가는 의외의 인물을 범인으로 데려다 놓기도 하지만

과거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 여인으로 인해 행복할 수 있는 데이코의 삶이

시작도 하지 못한채 망가져 버렸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까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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