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농담 -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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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뜻대로 살아질것 같아?'

 

그래, 이 세상 만백년 천백년 사는것도 아닌데

어째 생은 정말 내 뜻대로 살고 싶은데 내 뜻과는 무관하게 살게 만든다.

한세기를 살아가면서 사람은 얼마나 자신의 뜻을 펼치며 살 수 있을까?

한번이라도 펼치다 살아 갈 수만 있어도 족하지 않을까?

 

박완서, 문학계의 별이 하나 지고 나니 나는 그녀에게 때늦은 관심을 갖는다.

마침 도서관엔 사람들이 재빠른 손길이 탄건지 벌써 이런 저런 책들이 동이 났다.

그래도 손때묻어 찌질해 보이는 책이 한권 남아 있어 들여다보니

'아주 오래된 농담'이란다.

어떤 농담? 아주 오래된 있을법한 혹은 있었을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란 말일까?

 

현금이란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한 두남자가 자신들의 꿈이 의사란걸 들먹이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짝사랑해서 그녀의 창가에 핀 능소화를 들먹이던 영빈이 주인공인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어느새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생을 살다 각자의 가정을 이루며 살아갈즈음

영빈은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을 찾은 현금과 우연히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첫사랑과 설레이는 마음으로 몰래 바람을 피우게 되는데,,,

 

도입부를 읽으며 문득 평온하고 완벽할거 같은 행복한 가정을 일구고 살아가던 남자가

어느 여자에게 빠져 완벽한 바람을 피다가 결국 덜미를 잡히는 드라마가 떠올랐다.

그래서 이 소설도 어느순간 그의 바람이 파국의 지경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언뜻 언뜻 등장했던 그의 불미스러운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탄생한

여동생 영묘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더니 그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구조로 바뀌었다.

 

사실 영빈에게 여동생 영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런 동생이다.

의사로 성공한 오빠덕으로 내노라하는 집안으로 시집을 가게된 여동생의

참으로 독특한 시집살이와 그의 남편의 암으로 인한 해괴한 시댁식구들의 동정은

어딘지 역적모의라도 한듯 그렇게 그가 죽음을 맞을때까지 착착 진행이되고

언제고 그곳을 벗어날거 같은 동생 영묘의 제자리 걸음은 책을 읽는 내내 애를 태운다.

뭐가 아쉬워서 영묘는 남편을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는 그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걸까? 

 

별안간 때늦은 나이에 아내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은 영빈은 아내에게 미안해서인듯

자신의 외도를 이제 그만 정리해야한다는 생각을 할즈음 현금이 그에게 먼저 이별을 고한다.

참 이상하게도 드라마와는 달리 이 책속의 이야기는 아무렇지도 않게 정리가 된다.

그래서 괜히 심통이 나기도 하고 아무일 없는듯 자신의 가정으로 돌아가는 영빈이 얄밉기도 하다.

그런데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여동생 영묘의 답답한 사정을 해결해준 이는

느닷없이 등장한 외국에 나가 사는 형이다.

 

정말 사람 사는 일은 한치앞을 내다 볼 수 없다는 말이 맞는것만 같다.

그렇게 여동생을 싫어라 하고 장남으로써 할일은 다 한양 외국으로 나가버린 형이

자수성가해 거액의 장학금을 기부하며 다시 나타나 동생까지 해방시켜줘버리다니

이건 정말 농담같은 일이 아닌가?

그럼 그동안 전전긍긍하며 지낸 영빈이 살아온 생은 도대체 뭐란 얘기인가?

정말 영빈의 아내는 남편 영빈이 바람이 났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그녀가 때늦은 나이에 임신을 한 이유가 늦둥이를 낳아 길러 보고 싶은것외에

자꾸 겉으로 도는 자신의 남편을 가정으로 돌아오게 하려 그랬던건 아닌가 짐작해본다.

 

세상은 정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농담처럼 그렇게 흘러가는것일까?

나는 영빈의 여동생 영묘가 자신을 옭아맨 줄을 과감히 벗어나지 못한것이

또 끝까지 영빈의 외도가 들키지 않은 것이 돼 이리도 못마땅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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