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작가가 [도가니]의 공간적 배경으로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의 무진을 끌어다 썼다는 이야기에
언젠가는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더랬는데 오늘에서야 그 [무진기행]을 손에 들게 되었다.
가상의 안개 도시 무진으로 서울에서의 각박한 삶에서 도피하듯 찾아든 주인공의 무진에서의 일탈은
어쩌면 각박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현실의 우리를 대신한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의 문체는 어쩐지 짤막하면서도 깊이를 담아 왠지 참 재미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역에서 만난 미친 여자를 보며 자신이 그렇게 미쳐버렸을지도 모를 과거를 떠올리는가 하면
막 도착한 무진의 모습을 담은 문장에서는 꼭 지금 내가 그 곳에 서 있는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서울에서의 삶의 무게에서 밀려 내려온듯한 그는 무진에서만큼은 휘적휘적 걷고 싶어 하는것만 같다.
학교 후배를 만나고 단짝 친구를 만나고 그리고 처음 만나는 학교 음악선생을 만나 가슴이 설레이는 그는
서울에 가고 싶다는 음악선생을 바래다 주며 다음날 함께 바다에 가기로 약속을 하는가 하면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으며 반짝이는 별을 떠올리고 새벽시간을 알리는 시간을 들으며 밤새 잠못 이룬다.
문득 집에 도착해 통금을 알리는 싸이렌 소리를 듣는 주인공을 보며 옛기억을 떠올리기도 하며
내게도 그 통금소리를 들으며 잠들어야 했던 어린시절이 있었다는것에 주인공과 동질감을 느낀달까?
타인들에게는 부러움과 질시의 이유가 되는 서울로의 출세와 잘나가는 아내를 만나 결혼한 일들이
그에게는 왠지 세상 파도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그는 무진에서만큼은 마음이 설레이면 설레이는 대로 그렇게 여자의 손을 잡기도 하고
여자와 사랑을 하기도 하고 그렇게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행동하고 느끼고 생각하려 한다.
그래서 무진을 탈출하고 싶어 하는 그녀를 데리고 서울로 가려하지만 결국은 현실에 발목잡혀
또 다시 무진을 뒤로한 채 그렇게 자신을 기다리는 서울의 아내와 서울의 생활로 돌아가려 한다.
누구든 한번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아가는 세상일에서 벗어나 일탈을 꿈꾸지 않을까?
자신의 일상이 결코 불행한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행복하기만 한것도 아닌 삶이라 할지라도
한번쯤은 그렇게 안개속에 숨기고 있는듯한 자신의 내면의 세계에 솔직해지고 싶을때가 있다.
그렇게 주인공의 무진으로의 기행은 감추지 않아도 되는 자신만의 세상속으로의 일탈을 말하는듯 하다.
짤막한 한편의 단편이며 가상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특산물도 없다는 그 무진으로
아무런 제약없이 홀홀단신의 몸으로 단 하루만이라도 떠나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