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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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구입해 놓은지는 좀 되었는데 내내 다른 책들에 밀려 읽지 못하다가

드라마의 시작과 함께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지난번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들] 또한 드라마를 보다가 괜히 빨리 결말을 보고 싶은 마음에

책을 펼쳐들고 푹 빠져서 읽었었는데 이번에도 또 그런다.

사실 로맨스소설의 경우는 그닥 심취해서 읽을만한 꺼리가 없기때문에 읽기에 부담이 없으니

뭐 그냥 한때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

 

그런데 드라마와 시작이 다르다.

둥근 보름달이 뜬 달밤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하려 처마밑에 들었다가 잠깐 쉬어 가게 된 집,

그곳은 다름아닌 이름도 없는 무녀의 집으로 그녀의 난향에 이끌려 왕은 그녀를 취하려 하지만

왠지 그러면 안될거 같은 느낌에 '월'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렇게 잠시의 인연은 끝난다.

한번 만난 인연일뿐인데 왕은 그녀를 애타게 찾게 되고 월은 홀연히 자취를 감추어 버려

그리움이 병이 된듯 왕은 병석에 드러눕고 그를 치료하기 위해 액받이 무녀를 들이는데

그녀는 다름아닌 왕이 그렇게나 찾으려 애쓰던 월!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 왕이 되기전 세자 이훤과 사랑하는 여인 연우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생판 얼굴도 모른채 시강원 스승의 말로만 듣고 호기심이 일어 편지까지 주고 받게 되는 과정이

왠지 억측스럽단 생각도 들지만 그 시대 여성상이 책을 읽고 학문을 논한다는 것과는 거리가 먼데

혼이나서 종아리에 매를 맞으면서도 몰래 책을 훔쳐다 읽는다는 열세살 어린 아이가 궁금도 하다.

세자가 자신의 책을 빌려 주다가 급기야는 서찰을 전하기에 이르러

둘은 어느새 사랑을 싹티우기 시작,

주고 받는 편지속에 싹트는 사랑?ㅋㅋ

 

중전 간택을 맞아 자신이 뜻하는 대로 일이 착착 진행되고 드디어 아직 얼굴한번 못본 연우가

중전으로 간택이 되니 일이 참 순조롭다 싶지만 어디선가 일이 터질듯한 긴장감이 돈다.

어쨌든 중전으로 간택이 되었으니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며 긴장의 끈을 놓으려는 순간

역시 저자는 독자들을 그리고 책속의 주인공을 그냥 행복하게 놔 두지를 않는다.

별궁에서 혼인할 날만 기다리던 연우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들어 그만 죽고 말다니,

것두 아직 얼굴한번 보지 못했는데 말이다. 소설이니까 가능한 이야기니 그냥 소설로 즐기자!

 

그렇다 드라마는 1회에서부터 변장을 하고 월담을 하려는 세자와 연우가 우연히 만나

나중엔 시강원 스승의 여동생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지는등의 이야기로 펼쳐지지만 책은 달랐다.

아무래도 책과 내용이 너무 똑같다면 책 보는 재미가 시들했을지도 모를일이지만

편지속의 사랑을 담은 시라던지 간식을 넣어 보낸 죽통에 흙을 담아 재활용한 이야기등은

책과 내용이 비슷하여 그 죽통에서 과연 책처럼 똑 같은 것이 자랄지 무척 궁금해진다.

죽통에서 자라나는 것이 무슨 꽃일까 기대하며 매일 매일 정성을 들이며 들여다 보는 세자라니,,,

 

이 책의 주인공 세자 훤은 외척의 세력을 견제했던 부왕의 뜻과는 달리 두루 잘 지내려 애쓴다.

하지만 자신의 세력을 넓히려 그냥 마냥 어린아이처럼 연기를 했을뿐 때로는 진지한 모습에

그를 곁에서 보필하는 차내관은 그런 그의 성장하는 모습을 자랑스럽고 사랑스럽게(?) 지켜보며

위엄이 서려 있어야 할 세자가 연우에게 서찰을 전하기 위해 마냥 어리광을 부리고 애교를 떠니

세자가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다.

 

사랑이 이루어질 무렵 느닷없이 죽음을 맞게 되는 여주인공 연우 역시

보통의 여인네와는 달리 학식과 덕망이 높아 중전간택의 지경에까지 오르게 된것이지만

왕과는 맺어질 수 없는 하지만 끝까지 왕을 품어 주어야 할 달이란다.

그렇게 8년만에 만난 왕은 그녀를 알아 보지 못했으며 그런데도 그녀는 '월'이라는 이름을 갖는다.

이순간 문득 김춘수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싯구가 떠오르는 이유가 뭘까?

 

다시 왕의 곁으로 돌아온 월을 훤은 이제야 이름을 불러주며 곁에 두려 하지만 문득 8년전

갑자기 죽어버린 연우의 죽음이 의문스럽게 고개를 들어 월을 점점 의심하게 되는가 하면

연우의 죽음에 관해 묻거나 은밀히 뒷조사를 시켰던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더욱 이야기는

미궁속으로 빠져 드는가 싶지만 과거의 기억을 거슬러 그녀의 마지막 서찰과 그때를 떠올려

사랑하는 연우가 죽었다고 생각하던 왕은 그녀의 무덤을 파헤치기까지 이르게 된다.

 

연우의 오빠이며 청렴결백하고 고결한 선비의 캐릭터로 등장하는 허염이 세자의 법도에 어긋난

행동으로 고심하며 쩔쩔 매는 모습은 정말이지 웃음이 절로 나게 하는 장면들이며

부왕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 부왕의 무릎을 차지하고 있는 어리광쟁이 민화공주 또한

허염에게 반해 앞뒤 가리지 안고 때를 쓰는 모습은 진짜 공주가 맞나 싶을 정도이며

훤의 호위무사로 월에 대한 연모의 마음을 품게 되는 운 또한 무협만화에 나올법한 협객이며

연우를 사랑했던 세자의 이복형 양명군은 영민함으로 인해 부왕에게 내쳐지게 되는 안타까운 인물이다.

 

훤은 과연 연우의 베일에 쌓여 있는 죽음을 밝힐 수 있을까?

이 소설은 무녀와 주술등의 이야기가 약간의 신비스러움을 더해 주는가 하면

연우의 죽음을 추적해 나가는 이야기에서는 추리소설을 읽는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왕을 둘러 싸고 벌어지는 권력 다툼이 긴박함을 주는 동시에 로맨스까지 잘 버무려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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