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너의 존재감 르네상스 청소년 소설
박수현 지음 / 르네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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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아니 사춘기의 아이들의 마음을 인정해 주고 그 마음을 열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아이들이 될 수 있도록 진짜 쿨한 한마디 한마디로 이끌어준 쿨샘 때문에 유쾌해지고 그렇게 마음을 인정받은 세 아이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풀어내는 과정이 무척이나 감동적인 이야기로 사춘기 아이들과 선생님에게 강추하고 싶은 이야기다. 또한 부모들에게도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인정해 주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여기 한마디 말만으로도 무서운 존재감을 주는 아이와 나 좀 봐달라는듯 떠벌리는데도 무시당하는 아이, 그리고 정말 이 아이가 우리반이었나 할 정도로 진짜 존재감이 없는 아이가 있다. 어찌 보면 이 세아이는 열여덟의 우리 아이들을 대표하는 아이들인지도 모르겠다. 그 시기의 아이들은 왠지 모르게 꼬여 있고 한마디를 던지기가 겁나는 표정을 짓는가 하면 어떤 말도 전혀 귀에 먹히지 않는데다 자신의 앞날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매일이 위태위태하기만 하다. 그런 아이들에게 그냥 마음을 적어 보라는 마음일기장이 세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각각의 소녀들이 주인공이 되어 풀어 내고 있다.

 

마음은 한시도 쉬지 않고 너희를 부르고 있다 이 말이야, 아프다고 부르고, 슬프다고 부르고, 외롭다고, 힘들다고, 기분 째진다고,,, 계속 너희를 부르고 있다 이 소리야, 그러면 봐 줘야 할거 아니야, 대답을 해 줘야지.        --- p70

 

어째 개똥철학같이 들리는 마음에 대한 선생님의 이야기는 자꾸만 곱씹어 읽어보게 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이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지 어떨지도 모르는데도 자기의 마음을 자기가 알아주지 않으면 누가 알아주겠냐며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대답을 해주라는 말에 아이들은 반신반의하는 마음이지만 어느새 마음의 문을 살짝 열어보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언제나 너무 많은 생각으로 멍때리고 있던 존재감 전혀 없는 김예리를 학교에 걸린 그림과 꼭 닮았다는 말 한마디로 급작스럽게 관심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선생님이라니 이 선생 정말 은근 고단수다.

 

마음이란 건 그래, 변덕스럽기 짝이 없지, 그런데 그게 안전장치이기도 해, 어떤 마음도 영원하지않다는것 말이야. 슬픔도 기쁨도 단지 그 순간일 뿐이야. 어제 화났던 일도 오늘 생각하면 별일 아닐 때 있잖아, 그런 거야, 아무것도 영원한 건 없어, 너무 슬퍼도 렛 잇 비, 너무 힘들어도 렛 잇 비,,,,,, 흘러가게 가만히 내버려둬, 당장은 괴로워서 죽어 버릴 것 같은 마음도 다 지나갈 거야,  --- p88

 

아이가 너무 조용하거나 너무 말이 많을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빠의 부재로 엄마와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엄마는 그런 자신의 존재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것만 같다. 학교 다니는것에도 별 의미가 없어 수업 도중에 나가 버리는가 하면 야자시간도 빼달라며 뻔한 거짓말을 하는데도 쿨샘은 이순정의 말을 믿어준다. 그러니 마음일기를 써보라는 샘의 말을 그냥 무시할 수 없어 한마디 끄적이지만 그 마음을 그대로 인정해주는 샘의 댓글에 마음이 흔들리게 된다. 게다가 마음나눔반이라는 소모임으로 자신을 끌어들여 친구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샘이라니 정말 쿨하고 멋진 샘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네가 바꿀 수 있는게 별로 없어, 부모님을 바꿀 수도 없고, 부모님이 싸우는 현실을 바꿀수도 없어, 하지만 너는, 네 마음은 바꿀 수 있어, 네 마음을 잘 보고, 네 마음을 받아 주고, 그리고 지금 당장 네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봐, 그게 지혜라는 거야, 알겠니? ' --- p168

 

언제나 떠벌리기를 좋아하는 강이지는 이름덕분에 친구들에게 쉬운년이라 불리지만 늘상 물건을 집어 던지며 싸우는 엄마 아빠가 혹시 이혼을 하거나 자신을 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으로 겨우 겨우 버텨내고 있다. 샘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마음에 변화를 느끼고 샘의 말처럼 지혜를 얻어 이순정과 나아가 학교 친구들과 함께 학교 보충학습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이며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루고야 만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던 쿨샘은 아이들 스스로가 이루어낸 결과에 대해 아이들만큼 즐거워하니 책을 읽는 나조차도 그런 아이들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그런데 내 마음을 알면 중심이 잡히면서 흔들리지 않게 돼, 힘들면 힘들구나, 하고 내가 알아주고 지치면 지치는구나, 하고 내가 알아주는데 굳이 다른 사람 위로가 필요하지 않잖아, 다른 사람 눈치 안 봐도 되잖아.    --- p158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야, 이년들아'를 외치며 너무도 쿨하게 등장하는 선생님때문에 무척 유쾌 통쾌한 이야기가 아닐까 기대했었다. 그런데 각각의 화자가 되어 등장하는 열여덟 세소녀들의 이야기는 그리 유쾌하지도 즐겁지도 않은 그 아이들이 처해진 환경이 너무도 안타까워 속이 상하기도 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를 청개구리 같은 선생님의 뜬금 없는 마음 일기 때문에 아이들이 점 점 스스로 강해지기도 하고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야기로 가벼움과 무거움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어 코끝까지 찡해져서 눈물을 훔치게 하는 이야기다.

 

선생님의 마음 테스트만으로도 눈물을 쏟아내는 아이들이라니 '너는 요즘 어떠니?'라는 말 한마디에 울음을 쏟고 마는 우리 아이들이라니 우리 아이들 아직은 너무 순수하고 착하고 이쁘고 사랑스럽다는 사실에 그저 감동 받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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