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1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1
한비야 지음, 김무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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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반도서인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그녀의 책을 읽어 보지 못했다. 제목만 보고서는 세상밖으로의 여행이야기를 하는건가 생각했었는데 내 생각이 오산이라는 사실을 이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라는 책을 보며 알게 되었다는 것이 조금 부끄럽게 여겨졌다. 그녀가 긴급구호팀장으로 일하며 세계의 굶주리고 병든 어린 친구들을 위해 직접 발로 뛰어 다닌 이야기는 첫페이지부터 가슴 뭉클하게 하고 콧등을 찡하게 만들어 처음엔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우리에게 사람의 목숨은 두가지 상태뿐이다. 죽거나 살거나, 죽어간다거나 가망성이 희박하다라는 말은 긴급 구호 용어가 아니다. 저 아이들의 목숨이 딱 끊어지기 바로 그 순간까지, 가망성이 0퍼센트가 되는 그 순간까지는  어떻게든 살려내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일,   --- p42

 

누군가의 그 아이 하나 살린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겠느냐는 말에 그녀는 그 아이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구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 말한다. 지뢰가 넘치는 현장에서도 자신의 안위보다는 어린 아이들을 더 생각하고 고사리손으로 모아 보낸 아이들의 구호 성금이 단 한아이의 목숨을 구하는데 쓰일지라도 바로 그것이 세상을 구할 희망의 빛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구호활동을 펼친다. 뼈만 앙상하게 남았는데도 영양실조로 배가 불룩한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아이의 사진을 보니 도저히 똑 바로 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리고 콧등을 훔치려니 우리 아이들이 엄마를 돌아보며 왜 그러느냐고 묻는다.

 

2주동안의 영양죽만으로 의사가 외면한 아이의 목숨을 살린 이야기를 들려주며 지금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질만큼 먹을것이 넘쳐나는 우리의 풍족한 생활에 감사하는 마음보다 너무 멀리에 있어 그 아이들과 함께 나눠 먹을 수 없다는 그 사실이 무겁고 안타깝게 가슴을 짓누른다. 살 가망성 0퍼센트인 아이들일지라도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매달려 그 아이를 기필코 살려내는 한비야의 이야기에 나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흔히 사람들은 굶주림의 원인을 세상에 식량이 부족해서, 혹은 자연재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지구에는 70억 인구를 모두 먹여 살리고도 남을 충분한 식량이 있다. 10년 동안 가뭄이 들어도 부자들은 굶어 죽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분배다.  ---p59

 

또한 무지로 인해 굶주림과 에이즈라는 병으로 살이 곪아 터지는데도 자신과 가족의 생활을 위해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을 생각하니 세상은 정말 너무도 불공평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렇게 힘들게 고생을 하는 아이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아 삶이 풍족해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들에게 불공정한 대가를 지불해 부당한 대우를 받게 하고 여전히 가난하고 힘들기만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도움보다는 씨앗을 받아 그것을 뿌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그들의 자세에는 숭고한 마음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기까지 한다.

 

또한 언제나 멀리 오지를 찾아다니며 고산병에 시달리고 이념이 다른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위기의 순간들을 아슬아슬하고 지혜롭게 잘 넘기며 세상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작은 생명들을 구하려 애쓰는 그녀가 추석 명절에 아픈 몸으로 달을 보며 가족을 그리워 하는 장면에서는 언제나 구호활동에 불도저 같이 맹활약하는 그녀지만 분명 그녀 또한 누구보다 연약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멀리서나마 이런 책을 보며 그녀를 응원하는 우리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로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매일 삼시 세끼가 보약이라며 꼬박 꼬박 세끼를 챙겨 먹는 우리는 몇달을 굶주림에 시달리며 독초인줄 알지만 그것으로 목숨을 연명하고자 하고 풋사과로 배고픔을 달래며 살아가는 그들을 생각할때 감사한 마음을 동전으로라도 모아 그들의 한끼 식사로라도 보탬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분명 우리 아이들은 이런 어른보다도 더 가슴 아파하며 자신이 덜 먹더라도 저 멀리 아프리카의 굶주리고 병든 아이들을 위해 당장 돈을 모아 보내겠다고 들지도 모르겠다. 씨앗만한 도움이라도 그들에게는 삶을 살아가는 희망의 빛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우리 아이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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