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나기라는 황순원의 책을 읽으면서 그 소녀와 소년이 성장해서 다시 만나는 꿈을 꾸곤 한다. 그런 바램처럼 이 책에서는 소년이 어린시절 지리산 산골짜기에서 만났던 어느 한 소녀를 다시 만나게 되는데 이야기는 점 점 어린시절 무서움에 벌벌 떨면서도 그 시간만 기다렸던 전설의 고향을 떠올리게도 했다. 그렇다고 무섭거나 공포스러운 그런 이야기라는 얘기가 아니라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는 이야기다. 여드름 투성이에 땀을 엄청 흘리며 냄새를 풍기던 영재는 어느날 새로 전학 온 머루라는 여자아이와 친구가 된다. 가끔 꿈속에서 어릴적 할머니가 살던 시골집에서 보았던 소녀를 만나곤 했는데 머루가 바로 그 소녀란다. 여드름 때문에 비관해 있는 영재에게 선뜻 노란구슬을 건네주며 여드름을 없애주는가 하면 파란 구슬 빨간 구슬로 소원을 이루게 해주는 머루는 혹시 천년묵은 여우일까? 인간의 간을 빼먹고 진짜 인간이 되려고 자신에게 접근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영재는 자신과 친구가 되어준 머루를 좋아했던 처음과는 달리 점 점 머루를 멀리하면서도 구슬에 대한 유혹은 뿌리치지 못한다. 결국 파란구슬 빨간구슬까지 내어 준 머루는 점 점 힘을 잃어 급기야는 영재처럼 여드름 투성이 얼굴이 되지만 구슬을 주는 대신 지키기로 한 약속까지 깨버리는 영재와의 우정은 점 점 금이 가고 머루는 본색을 드러내는데,,, 그저 자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진정한 친구 하나만 있다면 인간으로 살아 갈 수 있는 머루였지만 점 점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 들고 결국은 우정을 배신하고 마는 영재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작가는 그렇게 실망스러운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즈음 반전을 통해 알게 된다. 사실 이야기를 읽으며 끝까지 전혀 그런 낌새를 채지 못했는데,,, 우리는 내 외모나 성격과는 상관없이 나를 이해해주는 진정한 친구를 간절히 원한다. 그런 나는 과연 외모와 성격에 상관없이 어떤 아이라도 진정한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을까? 분명 머루는 다른 친구들은 멀리하는 영재를 진심어린 우정으로 진정한 친구가 되고자 대했지만 무언가 흑심을 품고 자신에게 접근한다고 생각한 영재는 자신의 이익만 챙기기 급하다. 우리가 진정한 친구 하나를 가지기 위해서는 진짜를 알아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현실에서 머루를 다시 만난 영재는 과연 머루의 진심을 알아 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