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당 조막이 큰숲동화 2
김소연 지음, 홍선주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구경했던 남사당패의 재주에 감탄을 하며 본 기억이 난다.

그네들은 어떻게 그런 재주를 부리게 되고 또 어떻게 먹고 살아가는지 궁금했었는데

이 책은 어린 조막이의 성장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그네들의 방식을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사람들간의 의리와 불신과 세상 돌아가는 사회정치가 맞물려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타성바지' 라는 말을 들으며 외가집에서 더부살이 하던 열한살짜리 흥수가 외할머니의 죽음으로

오갈데없는 천애 고아 신세가 되어 자신의 가슴을 들뜨게 했던 남사당패를 따라 나서리고 한다.  

어린 흥수가 자신을 쉬이 받아들여 주지 않자 버드나무를 타고 올라가 휘청이는 가지위에서

자신의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배짱 있는 모습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게 되는데

그렇게 조막이라는 새이름을 얻어 살판쇠에게 무등재주와 땅재주를 동시에 배우며

온갖 잔신부름과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주린배를 참아내며 자신의 설자리를 찾는다.

 

처음 남사당패를 만났을때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던 맹꽁이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자신을 어느정도 키우고는 홀연히 어디론가 떠나버린 살판쇠 뒤를 이어 홀로 재주를 넘게 된다.

어느날 나라의 모든 놀이꾼들을 한양땅으로 불러 모아 새로짓는 궁궐의 일꾼들을 위해 잔치를 벌이는데

바우덕이패 계집아이 꼭두쇠의 줄타기를 구경하던 조막이는 줄타기에 대한 열망에 불타오른다.

낮시간엔 식구들 걱정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밤이면 신바람 나게 줄타기를 구경하는 모습에

자신 또한 언젠가 어른이 되어 사람들 마음을 되살리는 재인이 될수 있으리란 꿈을 가진다.

 

그저 지금 서 있는 이 끝에서 줄이 다하는 저 끝까지 가면 딴 세상이 있을것만 같았다. 

                                    ---p134

 

겨울이 되어 먹고 살기가 힘들어진 남사당패는 각자 흩어져 겨울을 나기로 하는데

기회는 이때다 싶은 조막이는 줄타기 재주꾼 어름산이를 따라 불당골로 따라 들어 간다.

그렇게 겨우내내 어름산이의 집에서 머슴을 살듯 하던 조막이는 맹꽁이와 능금이사이를 오가며

둘 사이를 잘 연결해주려고 애쓰지만 자기 아버지같은 떠돌이 광대가 싫다는 능금이의 말에

맹꽁마저 떠나버리자 조막이는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 그렇게 혼자서 줄에 올라서 마음을 달랜다.

그렇게 어느새 조막이의 줄타기는 시작이 되었으며 어름산이의 가르침을 받게 된다.

 

어느 것이건 거저 배워지고 터득하게 되는것이 없다는 사실을 조막이를 통해 잘 알게 된다.

오히려 어름산이 제발 그만 따라오라고 매달리고 싶을 정도로 끈질기게 졸라대고

온갖 어려운일, 궂은 일들을 마다하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진심을 다 했던 조막이에게는

어쩌면 세상은 저절로 그가 꾸는 꿈을 위한 길을 열어주는 것인지도 모를일이다.

그러고보면 아무곳에도 의지할 곳 없었던 조막이에게는 그길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겠지만 

그렇게 조막이는 세상사는 이치를 하나 둘 스스로 깨쳐 나가며 우뚝 서고 있는듯 하다.

 

백성들을 살기 어려운데도 탐관오리들과 양반들의 횡포가 심해지자 동학농민 운동이 일어나

남사당패가 놀이를 벌이려던 마을에 들이 닥쳐 그곳에서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살판쇠를 만난다.

언젠가는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올거라는 살판쇠의 말에 조막이 또한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동학운동을 하는 패거리로 오해를 받아 꼭두쇠가 잡혀 들어가 남사당패의 위기를 맞는가 하면

어름산이 줄을 타다 떨어지고 위태위태했던 남사당패는 각자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사람은 어려움이 닥쳐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이려울때 서로 위로를 하고

힘이 되어 똘똘 뭉치려고 하는 사람들이 진짜 의리가 있는 사람이란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어름산이의 죽음과 함께 다시 어느새 훌쩍 자라서 돌아온 맹꽁이는 그렇게 서로를 잘 보듬어 주는데

결국 그들이 다시 뭉쳐 조막이를 중심으로 한 남사당패를 조직해 또다시 놀이판을 벌이게 된다.

책을 읽으며 내내 온갖 세상사를 재주 넘듯 뛰어 넘고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듯 살아가는 이야기에

한바탕 손에 땀을 쥐며 구경한듯한 그런 기분이 드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