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 생활 지침서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4
캐롤린 매클러 지음,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보물창고의 청소년 문학시리즈의 대담함은 처음의 충격과는 달리 이제 현실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성을 이야기하고 강간을 다루고 혹은 선생님을 죽이는 사이코패스를 이야기하기에 이르기까지
이것은 외면하고만 싶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게 한다.
아직은 섹스니 대마초니 하는 것들과 거리가 먼  우리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은 그저 순수하게만 자라주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욕심이 아닐까?
하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세상의 유혹과 맞서 올바르게 자라주기를 믿고 싶다.

요즘은 날씬한 몸매의 기준이 너무 마른 몸매이다 보니 보기 좋게 살이 붙어 이쁘기만 한데도
아이들은 살이 쪘다느니 뚱뚱하다느니 하며 자신의 몸을 거울에 비춰가며 비참해 한다.
그런데 이 책속의 주인공은 특특대호를 입어야 할 정도의 정말 뚱뚱한 몸매인가 보다.
그래도 자신은 통통하다고 여기고 싶은 소망을 가진 버지니아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에 빠지게 된다.

첫 문장부터 이책은 단지 열다섯 살 일 뿐인 아이들의 좀 낯뜨거운 장면으로부터 시작이 된다.
셔츠를 올린다느니 브래지어쪽으로 손이 움직인다느니 황홀감에 빠져 이름을 중얼거린다느니
혀를 입안에서 서로 엉킨다느니 하는 표현들을 써가며 키스 기술이 왠만하다는 표현까지 한다.
열다섯 나이 사춘기 아이들이 가장 강한 호기심을 갖는것이 바로 성에 관한 것으로
이 아이들은 책에서만 본 자신들의 성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이런 행각을 벌이고 있는듯 하다.
하지만 서로가 아직은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 정도에서 그치는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쉰다.

우리 아들의 나이도 열다섯인데 설마 아들이 이런 행동을 하리라고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수가 없다.
아직은 어리기만 한 아이라고 생각하지만 문득 더이상 엄마에게 목욕탕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거뭇 거뭇 수염이 난데다 목소리까지 내리깔게 된 성인 아이라고 생각하니 문득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우리네 정서가 그들의 정서와는 다르다는 그 생각에 아직은 우리 아이를 믿고 싶다.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학교에서 조차 존재감 없이 자신의 의무만을 다하는 버지니아가
그렇게 존경하고 우러러보던 오빠의 데이트강간 사건으로 충격을 받고 더욱 비참한 기분에 빠져 든다.
자신이 당한 일이 아닌데도 성에 대한 호기심을 탐닉하던 프로기와도 더이상 만나기를 꺼려 하고
거리를 배회하기도 하고 혹은 자신을 학대하기까지 하면서 비참함을 이기지 못하던 버지니아는
독단적으로 단짝 친구를 만나러 시애틀에 가는 비행기표를 사면서부터 점 점 달라져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녀를 속박하던 것으로부터 벗어난 버지니아는 친구와 일탈을 꿈꾸며 눈썹 피어싱까지 감행하고 
언제나 몸매를 가렸던 옷 대신 눈에 띄는 옷을 선택하고 머리까지 보라색으로 염색하는 등
어쩌면 청소년기의 반항쯤으로 치부해 버릴 수 있는 상상 불가능한 일들을 벌이지만
의외로 사람들에게서 관심과 호기심의 눈길을 받는 버지니아는 점 점 더 자신감이 붙는다.
오빠에 의해 강간 당한 언니가 앞으로 불행한 삶을 살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사과하러 찾아가지만
오히려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 나갈 거라는 이야기에 버지니아 또한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

'아마도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한다는 말은,
나 자신을 소중히 하되, 남이 나를 좌지 우지 하게 두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p319

그리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찾아 친구들을 모으고 프로기와 다시 만나면서 버지니아는
이제 더이상 뚱보 생활지침서를 적지 않는 반짝 반짝 빛나는 예쁜 여자아이가 된다.
아니 뚱보 생활지침서에 '더이상 숨지 말고 당당하게 살것'이란 항목이 추가 되지 않았을까?
우리 아이들이 어떤 청소년기를 겪게 되든 자신을 올바로 보고
자신의 꿈을 제대로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지게 하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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