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이순덕 낮은산 작은숲 14
공진하 지음, 최정인 그림 / 낮은산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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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내가 처음 학교에 들어갔을 때에는 친구들이 대부분 한글을 몰라
연습장에 한글을 쓰고 익혀서 자기 이름을 배우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학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한글을 깨치는데다
숫자에 영어까지 못하는게 없는 정말 똑똑한 아이들인거 같습니다.

이슨딕,이슨덕, 이순딕,,, 이건 모두 3학년이나 되는 순덕이가 쓴 자기 이름이에요,
처음 1학년에 들어갈때는 모든 친구들이 순덕이랑 비슷했는데 이젠 순덕이를 아기라고 놀린답니다.
더우기 선생님은 공기놀이를 가르쳐 아이들은 틈만 나면 공기놀이를 합니다 .
물론 순덕이도 처음엔 친구들과 같이 공기놀이를 했지만 점 점 실력이 느는 아이들과 달리
아무리해도 공기 한알도 제대로 집지 못하는 순덕이는 놀이에서 조차 따돌림을 당합니다 .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3학년이면 이정도는 해야지 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그런 기준은 모두 잘하는 아이들에게 맞추어져 있는것만 같습니다.
걔중에는 월등히 뛰어난 아이도 있을테고 그에 비교가 되어 아주 모자라는 아이도 있을텐데
우리는 엉터리 잣대로 아이들을 판단하고 아이들을 서로 경쟁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신기한일은 보통 공부를 못하면 놀이에서라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줘야 할거 같은데
순덕이는 키도 남들보다 작은데다 아직 젖니도 그대로고 공부도 놀이도 잘 못합니다.
공기라도 잘하면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을까 하는 맘으로 항상 공기를 만지작 거리다가
그만 공기 한알을 떨어뜨려 선생님께 들키고는 복도로 쫓겨나게 되었네요.
자기 이름 한자라도 제대로 쓰게 하고 싶었던 선생님의 마음을 몰라준 벌이에요.

복도에 혼자 남아 있는게 너무 무섭고 창피한 순덕이는 마침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헨젤이 떨군 돌멩이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학교를 나온 순덕이는 
공기돌을 하나씩 떨어뜨리며 다시 돌아올때는 뭔가 달라져 있기를 기대하며 앞으로 나갑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순덕이는 옥상 텃밭에서 할머니를 만나 공기를 배우고 자기이름까지 배웁니다.
어쩌면 순덕이에게는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의 배움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순덕이가 우연인지 필연인지 온갖 식물들이 가득한 옥상 텃밭에서의 할머니와의 만남으로
공기를 터득하고 이름을 배우고 젖니까지 빼면서 한뼘 성장하는 이 이야기 참 멋집니다.
그리고 할머니와의 만남속에는 놀라운 이야기가 숨어 있어 마법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
이제는 순덕이가 자신있게 당당하게 학교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사실이 그저 감동입니다.

한동안 공기놀이에 심취해 있던 우리 아이들이 문득 떠오릅니다.
달팽이공기, 무지개공기, 바보공기, 천재공기 등등 공기놀이에도 어찌나 종류가 많은지,,,
처음엔 정말 공기 한알을 잡고 받는것조차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박수를 두세번 치며
정말 놀랍고도 신기한 공기 재주를 부리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요?
이제서야 문득 우리 아이들도 그순간을 지나며 한뼘 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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