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뎐
김점선 지음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언제 어떻게 그녀의 그림을 접하게 되었는지 기억 나지 않지만 어린 아이같은 그림체와 강렬한 색감에 매혹되어 김점선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그녀의 그림을 담은 그녀의 책을 사서 읽어 보기도 하고 티비에 출연해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혼자 즐거워 했었다. 왠지 그녀는 그녀라고 하기에는 좀 거리감이 있는 성정체성이 혼란스러운 사람이어서 그녀를 책이나 티비에서 간접적으로 만날때면 여자가 맞나 싶게 아리송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그녀의 어린시절 피난길 이야기를 들으니 그렇게나 세대차가 났었나 싶어 참 낯설게 느껴진다. 다섯살때부터 그녀는 이미 자뻑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니 참으로 놀랍다. 게다가 모든 사물에 대한 느낌을 고스란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 들여 고통스러워 하고 자신이 원하는 색을 만들어 내기 위해 다른 사람과는 달리 그늘진곳에 채송화를 심었다니그녀가 어려서부터 참 남달랐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야기들이다. 아들을 낳아야하는 여자의 숙명때문에 남자 아이처럼 머리를 자르고 남자옷을 입은 돌이 되었을때부터 그녀는 벌써 성정체성의 혼란속에 빠져 있었나보다. 그런데 그녀의 손에는 이미 붓이 들려져 있었으니 그녀의 어린아이 같은 그림은 운명인걸까?

 

학창시절에 자신은 그림 그리는것만큼 쉬운것이 없어 친구들 대신 그림을 그려주며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두발 자유화가 있은 이후로 몇년간은 머리를 감고는 빗질을 하지 않고 그냥 말려 산발을 했으며 몸을 씻은 후에는 수건으로 닦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마르도록 두었으며 추워지면 그제서야 옷을 입었다고 한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는 세상속에서 그녀는 더 행복했나보다. 비도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절대 참을 수 없는 정의로움 때문에 비분강개해 싸우기도 엄청 싸웠단다. 그녀의 모습을 생각할때면 그러고도 남으리란 생각에 그냥 웃음이 난다.

 

아이를 가져서는 그래도 태교를 위해 힘쓰기도 하고 자식을 자유롭게 키우려 애쓰고 규범적으로 캐우려 했던것을 보면 천상 엄마는 맞는것도 같은데 아빠아 아이가 배낭을 메고 여행을 가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그림을 그리느라 집은 엉망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살림은 잼병인가보다. 남편은 아내의 싸움기질을 10년이 지나서야 바라봐 주었으며 아들은 엄마 없이도 스스로 라면을 엄마보다 더 잘 끓여 먹는 아이로 자랐다.

 

아이를 키우는 교육에 있어서는 그녀보다는 그녀의 남편이 더 치중했으며 자신은 학교라는 규율속에 들어가는게 싫은데 아이는 유치원을 학교를 간다니 기겁을 했고 방학은 시작과 함께 숙제에서 해방시켜 무조건 실컷 놀게 했지만 방학이 끝나기전날엔 아들이 문을 잠그고 방에 들어가 밤을 세고 숙제를 했다는 이야기와 수학을 포기하려는 아이와 마주보고 앉아 각자 풀어본 과정을 바꿔보며 수학에 흥미를 느끼게 하고 동화책을 읽지 않으려는 아이에게 동화책의 재미난 부분쯤에서 읽기를 중단하는등 나름 아이의 교육에 부모로써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각자의 영역이 있고 각자의 할일이 있어 그 이외에는 절대 신경쓰지 않아남편이 베낭을 메고 여행을 가고 나면 온집안이 엉망이 되어 버린다는 사실이 놀랍고 아들의 결혼식에 조차 하객으로 참여할 정도로 예식이라는 형식적인 절차를 싫어 한 점선 그녀는 참으로 자신만의 세계속에서 갈등하고 성장하고 그렇게 제멋에 겨워 살며 멋진 그림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나보다. 그녀가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무언가 특별한 인연이라기 보다는그녀의 그런 기질을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사람들이었기에 그녀와 친할 수 있었으며 남편의 암선고와 함께 남편의 소중함을 일순간 황홀로 깨닫게 되는 신비한 경험을 하기도 하며 그렇게 김점선 그녀 또한 암에 걸려 암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참 어린 아이 같은 세계속에 살다간 참으로 순진무구한 사람인듯도 하고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란 생각을 하니 더 많은 것을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는 사실이 참 슬프게도 여겨지는 그런 기분이 들게 하는 책이다. 때로는 그녀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지만 그녀의 이유있는 행동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게 되며 남들과 너무도 다른 삶이지만 그녀의 삶에 껄껄 웃기도 하면서 문득 그리움이 차오름을 느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