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르 강의 푸가
안 들라플로트 메드비 지음, 정기헌 옮김 / 뮤진트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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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을 보고는 음악과 관련된 어떤 이야기일까 했지만 책의 주제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자신의 꿈을 접어둔채 남편을 내조하고 아이들을 돌보며 살림만 하던 30대 중반쯤 접어든 한여자의
아이들이 모두 자신의 손을 벗어나 갑자기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으려 애쓰며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과제와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맘에 책의 주인공
클로틸이 어떻게 목소리를 찾고 또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지 궁금한 마음에 책을 펼쳐든다 .

푸가라는 바흐의 악곡 형식을 빌어 제시부, 전개부, 재현부 라는 3부작의 형식으로 이야기는 전개가 되고
때로는 남편의 입장에서 때로는 절친 알릭스의 입장에서 클로틸을 바라다보기도 하지만
역시 클로틸의 입장에서 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으며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때면
왠지 바흐의 합시코드에서 흘러나올것만 같은 푸가의 연주곡을 듣는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 외에도이 작가는 책속에 여러 형식의 음악을 소개하며 그 음악을 통한 주인공의 심리를 잘 표현해내고 있다.

클로틸에게는 비행을 하느라 가끔 집에 돌아오는 남편 뱅상과 네명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이 모두 학교에 가게 되고 부터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반면 뭔가 허전해진 클로틸은
어느날 마들렌이 갑자기 사라져 버려 언제나 늘 자신과 함께인 하얀털을 가진 개 보와 함께
목청껏 딸아이를 부르며 찾으러 다니다 강건너에 있는 딸을 무사히 찾음과 동시에 목소리를 잃는다.
의사소통을 위해 작은 칠판을 사용하거나 노트북을 열어야 하는 클로틸은 여전히 살림에 전념하지만
음성치료를 하면서 자신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친구의 권유로 음악가를 찾아간다.

클로틸이 목소리를 잃어버렸을 뿐인데 가족들은 그녀가 그전처럼 돌아오지 못할까 걱정을 하고
절친 알릭스까지도 예전같은 친근함이 없이 자꾸만 낯설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다 남편 뱅상까지도 클로틸의 의사를 존중해 주기보다 채근하기만 하고 바람을 피는가 하면
친정아빠는 자신의 치부를 만인에게 드러내어 알 수 없는 모멸감을 주기까지 한다.
다만 클로틸 자신은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목소리를 찾고 싶었을뿐인데
보톡스 주사를 맞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두에게서 냉소적인 반응을 접해야한다는 사실이
더욱 그녀를 고집스럽게 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한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정주부의 입장이란 자신은 언제나 뒤로한채 가족이 우선이 되어야한다.
그동안 그렇게 성실했고 친구가 부러워할 정도로 완벽한 가정을 이루고 산다고 생각했던 클로틸이
목소리를 잃어버리고도 노래를 배우러 다니면서 접어두었던 자신의 꿈을 펼치고자 하는 모습에
모두는 그녀가 가족을 뒤로한 채 목소리를 찾기 보다 노래에 전념하려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전업주부로 살아온 나는 클로틸을 이해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이야기속에 빠져들게 된다.

결국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살려 말은 어렵지만 노래만은 누구보다 잘 하게 된 클로틸은
점 점 더 큰 무대로 나가게 되고 가족들 또한 그녀의 노래를 통해 점 점 그녀를 이해하게 되면서
다시 예전의 평화로운 가정의 모습을 되찾게 되지만 반려동물 보가 죽던날 다시 마들렌이 사라지고
처음 마들렌을 잃어버렸을때를 떠올리며 클로틸은 다시 마들렌을 찾으러가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되찾게 되는 어쩌면 살짝 소름이 돋기도 하는 이야기다.

어쩌면 이 책은 꼭 데칼코마니를 닮은듯 그렇게 앞뒤를 접으면 딱 들어맞게 될거 같은 구조를 하고 있어
이야기의 결말에 이를때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듯한 느낌을 받지만 그 느낌은 전혀 다르다.
두번째로 잃어버린 마들렌을 찾으러 가는 클로틸은 처음 가족을 위해서만 존재했던 클로틸이 아닌 
자신의 생에서 주인공이 되어 있는 꿈을 이루기 위한 클로틸로 우뚝 서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와 특별한 반려동물 보와 자신을 닮은 듯한 딸 마들렌과 아이들의 이야기가
더욱 흥미로움을 더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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