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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핀 선생 죽이기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0
로이스 던칸 지음 / 보물창고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아직 미성년자의 아이들이 성적을 잘 주지 않는 고리타분하고 깐깐한 선생에 대한 분풀이로
선생을 납치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일이 가능한걸까?
요즘 비행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보다 더 한 일도 할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선생을 납치하는 일에 동참한 아이들 중에는 무척이나 모범적인 아이가 둘이나 속해 있으며
처음 시작은 그저 선생님을 골탕 먹이고자 하는 장난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지만
뜻하지 않게 선생님이 죽음에 이르자 사이코패스의 본성이 드러난 무섭고도 끔찍한 이야기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그래도 착하고 성실한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는데 혹시 우리아이들도
순간적인 잘못된 판단으로 어긋난 길을 가고 있지는 않은지 문득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데이비드는 아빠 없이 엄마의 경제력으로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이 맡은바 공부를 열심히 하려 애쓰는 모두가 인정하는 모범적인 학생회장이며
그런 데이비드를 짝사랑하는 수잔 또한 친구가 없다는 점만 빼고는 역시 나무랄데 없는 모범생이다.
그런데 왜 이런 순진하고 착한 아이들이 선생님 납치사건에 연루되어진 것일까?
이 책에서는 딱 한사람만 제외하고는 모두가 제3자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제외된 한사람은 마크라는 인물로 모두에게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비춰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그래서인지 마크의 날카로운 눈빛이나 마크의 주도 면밀함은 거역할 수 없는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마크는 전혀 의외의 인물들을 끌어 들이고 모두를 살인의 공범자로 만들 정도로 치밀한 면을 보인다.
물론 처음엔 그저 납치만 하고 겁만 주자는 것이었지만 뜻밖에 선생님이 죽자 그에 대처하는 마크의 태도는
무섭도록 침착하며 겁 먹은 수잔을 어르고 달래어 자신의 뜻을 따르게 만드는 모습에 섬뜩하기까지 했다.
처음 책을 읽던 나 조차도 너무 깐깐하게 구는 선생님에 대한 아이들의 분노가 타당하다 여길정도였는데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의 귀에 누구 한사람의 강력한 선동은 그야말로 구미가 댕기는 일이 아닐수 없으며
게다가 그것이 다른 사람이 아닌 친구의 말이라면 그 힘은 그 무엇보다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누구 한사람만이라도 양심에 귀기울이고 조금만 도덕적으로 생각했다면 일은 크게 달라졌을듯,
마음이 여린 수잔이 조금만 더 가족에게 의지하려 했다면 선생님은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를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사이코패스인 마크의 주도면밀함이 더욱 아이들을 깊은 수렁으로 빠트리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이런 일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것만 같은 데이비드는 아버지도 없이 무거운 책임을 지고
모범생으로 살아가며 엄마와 할머니에게 매여 있는 스스로가 무척 자유로워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수잔 또한 학교에서 어느 자리에 앉아야할지까지 고민하는 친구 하나 없는 자신을 친구로 받아들여준
마크 이외의 아이들과 짝사랑하던 데이비드까지 뿌리칠 수 없는 강한 유혹이 아닐 수 없었을듯.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 가족들에게서 조차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아이들에게 존재한다는 사실에
착하다고 굳게 믿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빈틈이 있지 않나 살피지 않을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다.
사건이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뻔히 자신의 아이들과 어울리는 마크라는 아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어른들이지만
왜 그런지를 알려고 들기보다는 요즘 아이들이 다 그렇지라는 식의 반응으로 대한다던가
그래도 우리 아이만은 절대 나쁜짓을 하지 않는다고 철썩 같이 믿는 섣부른 믿음이
바로 지금 내가 우리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는 아닐까 하는 염려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단 한명의 사이코패스가 어떻게 우리 아이들을 수렁으로 빠트려 우리의 믿음까지도 깨트리는지
확실하게 알게 해준 참으로 무섭고도 긴박감이 넘치는 책이 아닐 수 없다.
책의 마지막 작가와의 인터뷰 또한 무척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