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꽉찬 잔소리 통조림!

철학을 담은 잔소리 통조림 ㅣ 1218 보물창고 4
마크 젤먼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0월

 
잔소리 통조림, 통조림은 비어 있을땐 참 요란한 소리를 내지만 그 속이 꽉 차 있을땐 묵직하고 요긴하다.
잔소리 또한 그 소리가 빈 소리라면 그냥 시끄럽고 지긋지긋하겠지만 의미를 안다면 생각이 깊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가 지겹게 듣던 잔소리의 속뜻을 새기게 만드는 책이다.

책의 목록을 보면 내가 살아오면서 한번 이상은 들었더[거나 한번이상 아니 자주 했던 말들이다.
어릴때는 엄마의 잔소리가 그렇게 지겨워 나는 절대 그런 잔소리를 하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이렇게 어른이 되고 보니 나도 엄마처럼 똑같은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산다는 사실에 놀란다.
엄마의 딸일때는 엄마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아이들의 엄마가 되고 보니 그 의미가 남다르다.

길조심 해라, 차조심 해라, 인사 해라, 감사 해라, 청소 좀 해라, 너도 너같은 딸 낳아봐라 등 등
엄마의 잔소리 목록은 하나부터 끝까지 나를 걱정하거나 내가 잘되기를 바라는 말들이다.
물론 내가 만드는 나의 잔소리 목록도 우리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늘어 놓는 말들이다.
특히나 너같은 아이 나아서 키워보라는 말은 지금 아이들을 키우면서 절감하게 되는 이야기다.

엄마가 잔소리를 시작하면 왜 그소리가 좋은 소리인데도 귀가 따갑고 머리가 띵하게 되는걸까?'
그랬던 내가 엄마가 되어 엄마와 똑같이 끝이 없는 잔소리를 늘어 놓게 되었으니 참 아리러니 하다.
내게는 말도 안되는 잔소리 같지만 그 이면에 담긴 깊은 속뜻을 알았다면 좀 더 엄마를 이해했을까?
이 책은 그런 엄마들의 혹은 내가 하고 있는 잔소리의 깊은 속뜻을 새기게 만드는 책이다. 

보이지 않는 속옷을 깨끗이 입으라는 잔소리는 겉과 속이 같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이며
길조심 하라는 잔소리는 이 험한 세상에 무슨 일이건 심사숙고 실행하라는 의미이며
인사를 하라는 잔소리는 세상의 모든것이 감사한 선물과 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려는 의미이며
숙제 하라는 잔소리는 앞으로 살아감에 있어 스스로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라는 의미라는
뻔한 속뜻이 담긴 잔소리들이지만 모르게 듣는것과 책을 통해 그 뜻을 알고 듣는것은 차이가 있다.

너무 도가 지나친 잔소리는 오히려 나쁜 결과를 가져 온다는 이야기를 주로 하는데
이 책은 불편한 잔소리지만 귀담아 들어야 할 속깊은 엄마 아빠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듣게 되고 하게 되는 것이 잔소리다.
그렇게 아이가 되어 잔소리를 듣고 어른이 되어 잔소리를 하면서 부모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 잔소리다.
사랑해 만큼은 아무런 불편없는 잔소리로 들을 수 있는 것처럼 다른 잔소리도 그렇게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