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이 세상 소풍을 끝내시고 가신 박완서님의 멋진 동화책이 나왔다고 해서 무척 설레었었다.
그녀를 떠나 보내고 나니 생전에도 갖지 못한 호감을 이제서야 갖게 되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아가를 바라보는 부처와 같은 미소를 짓고 계시는 할머님의 책 표지 그림을 보니 괜히 가슴이 뭉클하다.
박완서님의 생전 모습이 저랬을까 싶어서!

배속에 생명이 잉태되었다는 것을 안순간부터 엄마는 몸과 마음이 엄마의 것이 아닌
온전히 건강하고 튼튼한 아기를 자라게 하기 위한 자세로 돌입한다.
보는것도 좋은것만, 먹는것도 좋은것만, 듣는것도 좋은것만 골라 들으려 애쓰며
그동안 소홀했던 것들에 대해 마음을 활짝 열고 온화한 미소를 짓는 엄마가 된다.
또한 배가 남산만 해져서는 이제 세상에 나올 아이를 위해 아가옷과 아기용품을 준비하고
어떻게 건강하고 씩씩하고 맑고 밝고 이쁘게 잘 키울 수 있을까를 계획한다.
물론 엄마의 그 모든 순간 순간의 느낌과 생각들은 고스란히 배속 아가의 양분이 되기도 한다.

아내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면 남편 또한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아빠가 될 준비를 한다.
엄마는 아가를 배속에서 키우며 아가를 위한 온갖 정성을 다 할때 아빠는 어떻게 해야할까?
아이가 이 세상에서 첫 손을 내밀때 믿고 잡을 수 있는 든든한 손이 되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평소엔 별 관심없이 보던 세상 사물들에 자신의 아가를 생각하며 관심을 가지게 되고
놀이터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뛰어노는 아이를 떠올리며 구석구석 살피고 수리하기도 한다.
아빠 또한 역시 세상에 나올 아가를 기다리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니
비록 아가는 엄마 배속에서 자라지만 아빠 역시도 같은 마음으로 아가를 기다린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엄마 아빠 이외에도 아가를 기다리며 가슴 설레는 또 한분의 할머니!
자신이 낳고 키운 자식에게서 새로운 아이가 탄생한다는 기쁨과 설레임에
아가를 위해 들려줄 온갖 이야기들을 이갸기 보따리 하나가득 담아 놓고 계신다.
아기가 세상에 나와 두려움과 함께 호기심을 담은 눈으로 할머니를 보게 될 그 순간을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아기지만 지금 할머니는 상상하며 웃는다.
아가는 알까?
자신을 기다리며 엄마 아빠가 어떤 몸과 마음가짐을 하고 할머니까지도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만을 가슴설레며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세월이 너무 지나 기억이 가물거리던 아가 마중의 순간이지만
그때의 설레임은 아직도 가슴 깊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아이에 대한 사랑이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는가 보다.
아이때문에 혹은 부부 사이가 힘겨울때가 있다면
이 책을 보며 아가를 마중할때 그 설레임을 다시 떠올려 보라는
어른들을 위한 멋진 이야기를 쓰신 박완서님이 무척 그리워지는 그림책이다.
언제나 첫 설레임을 가슴에 간직한다면 더 아름답고 행복한 하루 하루를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이 책을 함께 보는 우리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질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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