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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언덕의 집
타카도노 호코 지음, 치바 치카코 그림, 서혜영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이처럼 흥미진진하게 열두살의 감성을 잘 다루고 거기에 환타지한 요소까지 가미해 신비로움을 더하는 성장소설이 또 있을까? 베일에 가려진 외할머니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밝혀 내는 과정과 후코가 비밀의 정원으로 빠져드는 과정이 느릿한듯 흐르다 클라이막스에 이르러서는 소용돌이치듯 무척이나 긴박감이 넘치고 숨막히는 위기의 순간 숨을 트이게 하는 작가의 글솜씨에 읽는 내내 소름이 돋고 더욱 빠져들게 되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참을 품안에 안고 남겨진 여운에 젖게 하는 책이다.
열두살, 이제막 사춘기로 접어드는 시기는 몸과 마음의 변화가 심상치 않아 왠지 마법같은 신비로운 일들이 벌어질것만 같은 그런 느낌을 가지고 무지개 너머를 쫓아 마구 달리고 싶은 그런 나이다. 그런때 시계가 움직이고 할머니가 떨어져 돌아가신 그곳에 신비로운 정원이 펼쳐지니 후코는 점 점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다. 자신을 불러들인 마리카는 어딘지 낯설기만 한데 그녀의 사촌이라고 등장한 에이스케라는 소년은 이상하게 친근하게 후코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에이스케와 시계탑에 가면서 할머니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할아버지의 회중시계와 같은 시계를 보고 같은 사람이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리고 에이스케와 후코 두사람이 러시아 시계세공마술사 체르누이쉐프와 할머니의 죽음을 파헤치며 만나게 되는 놀라운 이야기들은 읽는 사람에게 더욱 흥미로움을 불러 일으키며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에이스케와 후코의 긴박한 상황이 번갈아 전개되는 부분에서는 숨막히는 순간 작가의 놀라운 글솜씨에 한숨 덜게 되기도 한다. 에이스케는 마법사에 관련된 이야기로 후코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후코는 막 자신이 찾고자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텅빈 어둠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에이스케가 부르는 소리에 난간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모면하게 된다.
할아버지의 가정부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를 닮은 리사 아줌마에게 숨겨진 비밀과 마지막 고백같은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반전을 주며 후코의 아주 특별한 열두살의 여름이 착각이었는지 진짜였는지 헷갈리게도 하지만 그것이 진짜거나 착각이거나 이제 후코는 훌쩍 성장해 환상을 쫓기보다 자신앞에 놓여진 현실을 직시하고 현명하게 헤쳐나갈 지혜를 얻게 되었음을 우리는 안다.
딸아이가 열두살즈음 학교 알뜰시장에서 친구에게 몇백원에 사 온 이 마트료시카 인형에도
혹 딸아이의 특별한 여름 이야기가 숨어 있는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