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24 - 동래파전 맛보러 간다
허영만 글.그림 / 김영사 / 200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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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여름 장마가 시작된다더니 아침부터 주구장창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하늘은 어둑 어둑, 바람은 어찌나 창을 때려 대는지 누군가 문을 열어달라는것만 같다.
이런날은 비소리를 닮은 파전을 지글지글 부쳐 막걸리 한사발이라도 걸쳐주어야 할거 같은데
마침 식객이라는 만화를 보다보니 그 마음이 더 간절해진다.




친구덕에 꽁치 낚시 재미를 알고 학꽁치를 먹는 재미까지 배웠지만 지금 그 친구는 없다.
친구는 갔지만 그의 아들이 대신 아버지의 친구들을 깍듯이 모시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다.
학꽁치를 회로 먹는 방법과 소금구이를 해먹는 방법을 보니 얼른 해먹어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또한 꽁치가 그냥 딸려오던 낚시 장면은 손맛을 제대로 느껴보게 하고 싶은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죽을날만 기다리는 북쪽이 고향인 영감님이 매해 죽는다는 말로 사람들을 걱정끼치지만
북쪽식 김치를 담그고 김치가 익기를 기다렸다가 그 김치로 찜을 해 죽여주게 드신다는 사실에
우리말이 주는 의미가 참 재밌고 음식을 죽여주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동이다.
또한 김치독을 묻었지만 김치를 좋아하는 개가 홀라당 다 먹어버린 뒷얘기가 재미를 더한다.





입덧이 심한 아내가 동래파전이 먹고 싶다는 한마디에 서울바닥을 다 뒤져보지만
그맛을 내는 곳이 없어 손수 동래파전을 만들기로 한 남편의 세심함이 파전의 맛을 낸것만 같다.
쫀득한 동래파전을 부산이 고향이 사람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게
상세한 그림과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지 싶다.




멀리 이국땅에서 말도 통하지 않아 외로운 할머니의 애환이 담긴 사연은 애틋함을 준다.
비슷한 연배에 한국사람이면서 한국사람의 정서를 이해해주지 않고 미국사람처럼 굴던 옆집 할머니!
하지만 같은 민족의 어려움을 나몰라라 하지 않는 마음을 엿보니 무슨 사연일까 싶은데
직접 손으로 쭉쭉 늘려 공을 들여 만든 엿가락을 받고서는 그만 그 속내를 털어놓고 만다.
눈물로 얼룩진 과거 우리의 아픈 역사를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어 했던 할머니의 그 심정을
구멍 뻥뻥 뚫린 우리 엿가락이 대신 위로해주면 참 좋겠다는 바램을 갖게 하는 이야기다.





뼈에 관련된 직업을 가진 천생연분을 만나면 절대 놓지지 말라했던 점쟁이의 말을 믿고
정형외과 의사를 만났지만 알고보니 그는 갈비집 요리사!
비록 그녀를 속여서 접근한 방법은 좋지 않았지만 알고보면 그 또한 살을 발라내는 소갈비 정형외과의사다.
갈비살을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무늬를 내어 사랑고백을 하고 싶어했던 그의 진실한 마음이
물론 그녀의 마음에 닿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지만 그 솜씨가 어찌나 기가막힌지
갈비 자주 먹지 못하지만 그 사람이 공들여 만들어준 갈비는 꼭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만화속에는 음식에 관련된 사람들의 삶과 애환이 생각지도 못한 반전으로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으며
음식의 전통과 역사와 갖가지 요리법까지 네모칸을 채운 생생한 만화로 맛깔스럽게 표현되고 있다.
차를 가지고 다니며 식재료를 파는 성찬과 그를 따라 다니며 요리취재를 담당한 진수의
알콩 달콩 사랑이야기 또한 식객의 음식 이야기에 깨소금같은 고소함을 주며
취재일기의 뒷얘기는 생생한 현장의 경험담을 담아내고 있어 더욱 감동을 주는 음식만화다.
전집을 다 장만해 두고 요리에 참고하고 해도 좋을 이 만화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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