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애완동물을 키울때 가장 애로 사항이 바로 이 화장실 문제다. 배설물을 바로 바로 치워주지 않으면 지저분하기도 하지만 그 냄새때문에 괴롭다. 그래서 애완견의 경우 집에서는 사람처럼 화장실을 사용하는 훈련을 시키지만 그렇다고 사람처럼 변기에 앉혀서 쎄울수는 없다. 하지만 동물들이라고 아무렇게나 배설을 하지 않는다. 동물들 또한 각자 배변습관이 있어 지정된 장소에서 그들만의 방법으로 배설을 한다. 어찌보면 사람들이 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일을 보기 불편해 변비에 걸리는 모습과 닮아 있다. 어느날 숲속에 화장실이 생기자 첫번째로 보게 된 멧돼지는 여러가지로 궁리를 해보지만 낯선 물건에 대한 불안으로 선뜻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다른 동물친구들의 모습을 살피게 된다. 동물들에게도 화장실을 사용하게 해볼까 하는 이 작가의 발상이 참 재미나다. 그런데 어린시절을 떠올려 보니 이런 양변기가 아닌 쪼그리고 앉아 변을 보던 나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너무 편한 화장실 변기에 적응하지 못해 며칠 고생한 기억이 있다. 동물들은 과연 화잘실에서 똥을 눌 수 있을까? 어찌나 소문이 빨리 퍼지는지 금방 숲속의 동물들이 화장실앞에 줄을 선다. 역시 가장 용감한 곰돌이가 첫번째로 사용해보려고 화장실엘 들어가 보지만 너무 커다란 덩치때문에 화장실이 터져버릴듯 꽉차게 화장실에 들어간 곰돌이를 보니 여간 웃음이 나는게 아니다. 게다가 아무리 쥐어짜도 똥도 오줌도 누지 못하고 땀만 뻘뻘 흘리다 나왔으면서 안그런척!^^ 꼭 허세를 부리는 사람 모양 동물들도 그런걸까? 고슴도치는 게다가 최고의 화장실이란 찬사까지 아끼지 않고 토끼도 여우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변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들키면 괜히 챙피할까봐 거짓말을 하는 동물들을 보니 문득 벌거벗은 임금님이란 동화가 떠오른다. 고 뒤로 너무 너무 급한 동물들의 포즈가 참 재밌다. 누구 하나라도 솔직하게 낯선 화장실에서 볼일을 제대로 보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졌을텐데 어쨌거나 다른 동물들은 또 어떨지 몹시 궁금해진다. 미처 뿔이 들어가지 못해 몸만 가리고 변을 보려고 애쓰는 사슴을 보니 참 안타깝다. 이제 처음으로 시도해보려 했던 멧돼지가 동물친구들이 그렇게 좋다하는 변기를 사용할차례! 깔끔한 멧돼지는 이 친구 저친구들이 사용한 화장실을 과연 잘 사용할 수 있을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지 못한 동물친구들이 숲속 자신만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화장실은 인간들이 자신들의 편리에 의해 만든 발명품일뿐 동물들에게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동물들에게는 그들만의 배변습관이 있음을 알려주는 참 재미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