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참 화초를 좋아한다. 특히 우리 산과 들에 피는 꽃을 보느라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때가 많다. 아직 봄이라고 하기엔 좀 이른 시기에 숲속 한가운데 피어 있는 꽃을 보면 신기하기 그지없고 생김새가 특이한 꽃을 보면 꼭 사진기에 담아 와 도감을 보며 꽃이름을 확인하게 되며 꽃집을 지날때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화분 하나를 사들고 온다. 그래서 지금 우리집 베란다는 어느집 정원 못지 않은 화분들로 넘쳐나는데 이런 봄만 되면 병이다 싶을정도로 더 꽃이 간절해지는 나처럼 아마도 이 책의 저자는 그런맘이 너무 강렬해서 언제 어디서나 꽃을 볼 수 있는 강원도 대관령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 갔는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직접 관찰하고 키운 우리 풀꽃들에 대한 이야기는 꽃들이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것처럼 대화체로 되어 있어 책을 읽으며 꽃과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 들고 세밀하고 예쁘게 그려진 꽃그림을 보며 어디선가 본듯한 반가운 마음이 들어 즐겁게 책읽기를 하게 된다. 우리 풀꽃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정말 새롭게 알게 된 풀꽃들의 피고 지는 이야기들이 너무 너무 흥미로웠으며 책을 보며 빨리 들로 산으로 책을 들고 뛰쳐 나가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또한 가끔 들려주는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들은 우리 어른들에게 옛추억에 잠기게도 한다. 애기똥풀이란 꽃이름을 처음 알고는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말로만 듣다 직접 꽃을 따보고 노란 즙이 나오는 모양새가 정말 우리 아이 아가적에 싸던 똥색깔이랑 똑같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야 그 꽃의 이름이 이해가 되고 오래 오래 기억이 되어지는것처럼 이 책은 바로 그렇게 우리 꽃을 기억하게 하는 책이다. 저자가 직접 꽃을 보러 산에 가고 산에가서 느낀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왜 꽃에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왜 꽃이 그런곳에 피어 있는지에 대해 꽃들이 직접 들려주고 있으니 생생한 느낌이 들어 더 머리속에 남아지는것 같다. 꽃이 향기만 내는것이 아니라 지독한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는데 사실 제라늄같은 꽃이 무척 고약한 냄새를 풍겨 벌레를 방지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나리난초나 누린내풀같은 꽃들이 생선비린내나 오줌냄새를 풍긴다는 사실이 참 신기했다. 그런 이유가 동물들에게서 자신을 지켜내기 위한 방책이면서 추운 숲속에 찾아들지 않는 나비 대신 파리를 꼬여내어 종족번식을 하기 위한 것이란 사실이 놀랍기도 했다. 어떤꽃은 멀리서도 코를 찌를 정도로 향이 강하기도 한데 꽃향유처럼 향기로운 꽃들이 늦가을 길가에 무더기로 피어 있는 이유 또한 나비나 벌을 꼬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진한 향으로 잡초같은 것이 번식하지 못하게 하고 또한 개미로부터 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창포같은 경우엔 자신이 상처가 났을때 향기를 내어 균이 침입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 조상들이 단오날이면 창포물로 머리를 감기도 했으며 물속을 정화시키는 능력까지 있다니 향기가 꽃들에게는 정말 강력한 무기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봄이면 진달래를 따먹었다는 옛선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시절이 무척 부럽기도 해서 가끔 산에 가면 조심스럽게 따먹어 보기도 하지만 그 맛이 그리 썩 좋지는 않았던 기억이 난다. 산에서 만난 참 독특하게 생긴 천남성은 아주 매운 맛을 가지고 있으며 투구꽃의 뿌리는 사약으로 사용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며 소태같은 경우에는 그야말로 약처럼 쓰디쓴맛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동물과 곤충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렇게 독한 맛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어쩌면 말못하는 꽃들이 그렇게 지혜로울 수가 있는지 참 놀랍기만 하다. 한겨울 추위를 잘 견뎌 내야 꽃이 이쁘게 핀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하는데 저자의 하늘메발톱꽃에 대한 실화를 들으니 풀꽃들도 계절을 알고 꽃을 피울 시기를 준비한다는 사실이 참 놀랍기만 하다. 그런 이유로 사계절이 뚜렷한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하고 이쁜 꽃들이 피어나는 우리나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그런 독특한 풀꽃들이 이쁘다고 하나둘 캐어다 자신의 집 마당에 심는 사람들때문에 멸종위기에 놓이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안타깝기 그지 없다. 꽃이 이뻐서 집에 두고 내내 보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그렇게 뽑아가고 나면 다른 사람들은 꽃을 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없으며 그렇게 뽑힌 꽃들이 잘 살지 못하고 시들고 말아 점 점 사라지고 마는것이다. 꽃을 보며 뽑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내 아이들을 생각해보고 아이의 아이들까지 생각해보면 어떨까? 눈으로 사진으로만 담아 온다면 그 꽃은 오래 오래 남아 우리 후손들에게까지 남겨질 수 있으니 이 또한 즐겁지 않은가? 풀꽃과 같은 식물을 다루는 책들의 생생한 꽃그림이 좋기도 하지만 이왕이면 실사로 담겨진 풀꽃 도감을 가져다 곁에 두거나 직접 들고 들이나 산으로 나가 꽃을 찾아가며 책을 본다면 더 생생하게 남아질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