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 그림때문에 보게 된 이 책, 참 마음 깊이 쓸쓸함을 준다. 사실 어릴적 기억을 떠올리면 동물과의 기억이 하나둘 쯤은 있을법 한데 나같은 경우엔 커다란 개 한마리와 함께 했던 기억이나 토끼를 키웠던 기억이 전부다. 이 책속의 주인공처럼 너무 외롭고 쓸쓸해서 친구가 되었던 기억은 없으니 난 너무 행복했던걸까? 엄마의 죽음으로 숙모네 집에 얹혀 살게 된 주인공은 모두가 잘해주지만 늘 혼자다. 잠깐이지만 나 또한 식구를 떠나 더부살이를 했던지라 외톨이가 된 기분을 조금은 이해한다. 이럴땐 왜 그런지 자기처럼 외롭고 쓸쓸한 친구에게 눈길을 주지 않으려 한다. 자신의 처지와 같다는 생각에 왠지 자신이 너무 비참해지는 기분이어서일까? 저렇듯 주인공을 바라보며 꼬리를 흔드는 세발이 그림은 왠지 더 쓸쓸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괴롭힘을 당하게 되니 더이상 학교에 가지 않는다. 홀로 거리를 방황하던 주인공은 이제 정말 세발이와 같은 신세가 되어 친구가 된다. 물에 번진듯하면서 너무 투명해서 두 친구의 마음까지 들여다보이는 것같은 그림이다. 자신을 더러운 병균 취급하는 사촌과 자신을 다르게 취급하는 숙모의 이야기를 들은 주인공은 흰눈이 쌓인 거리로 뛰쳐 나가 세발이를 찾지만 세발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마음에 상처를 입고 몸까지 추워지는 주인공의 마음이 얼마나 쓸쓸했을지,,, 뒷발이 묶인채 발견된 세발이를 보며 주인공은 또 얼마나 이 세상이 무섭고 싫어졌을까? 하지만 자신의 품속에서 건강을 되찾고 달리기를 하는 세발이를 보며 주인공은 떠날 결심을 한다. 세개의 다리만을 가지고도 결코 세상을 비관하지 않고 기운을 차리고 다시 그전처럼 힘차게 달리는 세발이가 그에게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준듯 하다. 길 끝에 세발이를 남겨둔채 버스를 타고 떠났던 주인공에게는 언제나 그길에 세발이가 있다. 주인공은 사는게 너무 힘에 겨울땐 그 세발이를 떠올리며 용기를 내어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세발만 가지고도 언제나 늘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듯 힘차게 달리는 세발이처럼 말이다. 옆으로 긴 판형의 한폭의 수채화 그림들을 넘기면 작품집을 넘기는 느낌이다. 투명하고 아름다운 수채화 그림이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마음깊은곳까지 촉촉하게 적셔주는 외롭고 쓸쓸했던 기억들도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지는 아름다운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