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이 꼭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듯한 공간을 보여준다.
그치만 배경은 그리 오래지 않은 바로 현재라는 시간이다.
아직도 저런 골목길을 돌아나가면 다닥 다닥 붙은 집들이 있는 곳이 있을까?
아직도 저런 방과 부엌이란 공간이 문하나를 사이에 두고 넘나드는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겠지만 분명 서울 하늘아래 그런 공간은 의외로 많다.
얼마전까지 살았던 시댁도 바로 그런 달동네였고
또 골목길 구경하러 다녔던 성북동 어느 골목도 그랬다.
공간때문인지 이야기 떄문인지 옛이야기를 듣는듯한 기분이 드는 영화다.

강풀 원작의 이 만화를 본 기억이 난다.
우유배달을 하는 아저씨와 폐지를 주워 담던 할머니의 장면 장면이
참으로 느릿느릿 그렇게 흐르던 그의 만화가 멋진 영화로 만들어진듯하다.
문득 엄마 아빠와 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건 내가 나이 들어서일까?
오늘 영화를 보러 나오신 두분은 데이트라도 나오시는 기분으로 들떠 계셨다.
아주 오래전에 함께 영화를 본이후로 근 몇십년만에 영화관 나들이라니,,,
참 무심한 딸이다.
영화관은 역시 나이드신 분들로 자리가 메워져 있었으며
영화를 보는 내내 안방극장에라도 앉아 있는 편안한 기분이었다.
어쩜 그렇게 두런 두런 이야기 나누시며 영화를 보시는지 괜히 기분이 좋았던 시간이다.
극장에서의 예의란 모름지가 침묵이라지만 이런 영화를 아무말 없이 본다면
너무 무거웠을거 같은데 우리의 부모님들은 참 천진한 아이들처럼
영화의 장면 장면을 맞추려 하시고 탓하시고 웃으시고 알려주시려 한다.
무뚝뚝하니 거친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우유배달 할아버지와
말한마디 한마디가 들릴듯 말듯한 순하기 짝이 없는 혼자사는 할머니는
새벽길에서 옷깃이 스치다 보니 정이 들대로 들어 두분의 연애는 참 즐겁기만하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가두고 출근을 해야하지만 할머니없이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애처가 주차장 할아버지,
결국 죽음을 앞둔 아내와 함께하는 길을 택하는 장면에서 꼭 잡은 손을 억지로 참으려 했던 눈물을 흘러 내리게 한다.
끝까지 자식들에게는 해를 주지 않고 있는거 없는거 모두 주고 가려는 부모님!
그 한없이 깊고 헤아리기 어려운 사랑 앞에 고개 숙여지게 되는 영화다.
역시 노익장은 다르다고 해야할까?
어쩜 네사람 모두가 그렇게 자신의 역할에 어울리게 연기를 잘할까?
치매에 걸린 역을 해내는 김수미는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했으며
욕찌거리를 해대는 이순재는 때때로 멋있게 보이기도 했다.
거기에 까메오로 출연해준 오달수와 이문식같은 연기자들도 참 자 어우러졌던 영화다.
[사진출처:네이버]
아내의 죽음을 앞두고 자식들을 모두 모이게 한 자리에서
서로 자신들은 모실수 없다고 미루는 며느리들을 보니 괜히 낯이 뜨거워지고
하나밖에 없는 애지중지하던 딸이지만 돈이 궁해지자 찾아와 손내미는 모습에
아무죄도 없는 내가 죄인같은 느낌이 들었다.
엄마는 그냥 웃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니어서 싫다고 했다.
혼자되고 나이먹어서도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치매에 걸린 아내지만 어쩜 그렇게 함께 죽고 싶을만큼 사랑할 수 있는지
참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부모님들의 이야기에 숙연해진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부모님들의 이야기란 생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