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내 인생의 헛발질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30
노혜영 지음, 박윤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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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그럴줄 알았다. 고작 열두살에 가출이라니 말이다. 물론 자신이 아픈 형에게 신장을 기증하기 위한 맞춤형 시험관 아기로 탄생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너무 화가 날수는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몰래 엿들은 이야기이므로 사실 여부를 확인했어야 하는데 그런것보다 10대의 반항기가 이성을 앞서 감정적으로 가출을 결정하게 되다니 도대체 열두살 조연이를 어쩌면 좋을까?

그렇게 가출을 해서 만난 사람이 도적질을 하고 다니는 노총각 아저씨인데다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등쳐먹는 허둥교에 붙들려 감금당하기까지 하다니 갈수록 이야기는 점 점 더 깊은 수렁속으로 빠져드는것만 같았는데 사람일이란 정말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데다 어떤 사람을 만날지 알수가 없는 법! 인생사 세옹지마라는 말이 맞는것도 같다.

여자 깡패한테 잘못 걸렸다가는 뼈도 못 추린다. 앞으로는 여자 셋이 모인 곳엔 절대 얼씬도 하지 않을 거다.
나도 매일 똥을 안누면 배 속에 그런 구린내가 가득 차겠지?
아, 이래서 어른들이 만날 커피를 마시는구나! 그런데 어른들은 머리 나빠져도 되나?
친구가 한방에 훅 갈 수 있다는 말을 해주면 한번에 알아듣자!
아무리 속없이 좋아 보여도 어른들을 다 믿지는 말자. 우리를 놀라게 할 폭탄 하나씩은 다 숨기고 있으니까!

이것들은 모두 조연이가 가출을 해서 겪는 일들에 대한 간단하면서 뼈있는 느낀점들이다. 열두살 인생의 헛발질이라지만 그것이 결코 무의미한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집나가면 개고생이라고들 하지만 조연이는 집나가서 오히려 철이 든다. 그저 자신의 신장 일부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형에게 주기위해 자신이 태어났다는 사실에 분노했지만 골수를 기증받지 못해 죽어가는 해실이와 자신들과는 상관도 없는 남에게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남도 아닌 형에게 신장 하나 기증하는일 쯤이야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으니 말이다. 

'원래 인생길을 가다보믄 별별일이 다 있는 법이여, 항상 험한 길만 있는것도 아니고 , 때로는 아스팔트 깔린 탄탄대로도 나오고, 넓은 바다도 나오고 그러는 것이지.'   ---p115

게다가 도둑질만 하는데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도둑이라는 말을 철썩 같이 믿는 노총각 아저씨가 조연이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까봐 무척이나 걱정스러웠지만 역시 사람은 사람을 잘 만나고 볼일이다. 언제나 자신은 별볼일 없는 인생이며 내일이 없다던 아저씨는 주유소 할아버지를 만나 나쁜짓은 그대로 자신에게 다시 되돌아오는 부메랑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 할아버지와 사랑의 장기기증을 하면서 자신도 쓸모가 있다는 사실에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자신을 그렇게 만든 원수 같은 작은 아버지에게 간이식을 해주기도 하고 다시 공부를 하겠다고 멀쩡한 두다리에 깁스를 하는 모습을 보니 인생 오래 살고 볼일이다. 조연이의 말처럼 연구대상감이다.

작가의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의 가출을 다룬 이 소설은 우리가 너무 염려하는것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뿐더러 참 독특한 인물들과의 만남과 해괴한 일들을 겪는 스토리 전개가 참 흥미진진하고 건전하기 그지 없는 이야기들이다. 특히나 가출을 통해 주인공이 오해하고 있던 것들을 풀어 가는 과정들이 가슴진한 감동을 주기까지 한다.

' 엄마가 날 끌어 안고 울었다. 엄마가 우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엄마의 눈에도 눈물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것도 나 때문에 눈물을 흘리다니,,,, 내 눈에서도 눈물이 나왔다.'  ---p151

내 정말 그럴줄 알았다. 세상에 자신의 자식을 다른 자식의 장기이식을 위해 낳는 부모는 아무도 없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똑같이 배아파 낳은 자식에 대한 사랑은 다를수가 없다. 

가출을 했다가 돌아온 조연의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듣고 조연이 스스로 형에게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겠다는 말을 듣던 아버지의 '피는 콜라보다 진하다'는 말을 들으니 요즘 세대에 참 적절한 비유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열두살이 아니더라도 살면서 참 많은 헛발질들을 한다. 그렇게 헛발질을 하다보면 분명 잃는것도 있겠지만 경험과 같이 쌓이는 것과 얻는것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드는 참 멋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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