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
김도언 지음 / 민음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멜랑꼴리하단 말은 보통 상황이 이상야릇하게 돌아갈때 쓰는 말이다.

무슨 이야기이길래 사소한 멜랑꼴리라고 하는걸까?

 

문둥병에 걸린 엄마는 소록도로 파계승이 되어 엄마와 다복하게 살던 아버지는

다시 중이 되어 산으로 그리고 남겨진 두 형제!

이 소설의 주인공 형은 시인을 꿈꾸지만 등단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 결국 하찮은 학원에 국어 강사로 취직을 하고 동생은 군에 있다.

 

이소설은 기둥이 되는 주인공과 주인집 여자와의 이야기가 쭉 이어지면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하나둘씩 가지를 치고 둥지를 트는 이야기 구조로

가만히 읽다보면 서로 어떤 이유에서건 얼크러진 생을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주인공은 늘 자신이 문둥병환자의 자식이라는 그늘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결국 사랑했던 여자 친구와도 헤어져 점점 나락으로 떨어져 셋방살이로

이름도 없는 학원강사로 취직해야하는 자신을 몹시도 의기소침해한다.

그렇게 세들어 살게된 집에 처음 계약을 할때부터 주인남자가 아닌 주인여자가 등장해 의아했던 그는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은 건너편 주인집 여자의 소소한 일상을 벽너머로 듣다가

나중엔 벽에 귀를 대고 그 알 수 없는 소리들에 집착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주인집 여자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는 군입대를 앞둔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고 어쩔 수 없이 결혼하게 되었지만

남편 없는 집에서 풍에 걸려 꼼짝 못하는 자신의 친정아빠를 건사하며 지낸다.

가끔은 남편을 그리워도 해보지만 임신초기에 아이가 유산되어 버려 허탈하고

걸려온 전화를 빨리 받지 못한다고 자신을 의심하는 남편이 점 점 못미더워진다.

친정아빠는 뿌우뿌우 나팔을 불어 자신의 요의나 변의에 대한 의사전달을 하고

아기도 없는데 항상 기저귀를 빨아 탈탈 털어 널어 볕에 말려야 한다.

그리고 가끔 아빠와의 불화로 삐뚤어져버린 남동생이 가끔 찾아오는 날은

용돈을 쥐어 주어야하고 어쨌든 관계를 회복하려 애쓴다.

  

주인공 남자는 젊은 여자가 남편없이 혼자 산다는 것도 의아한 상황에

아기 소리는 나지 않는데 항상 마당에 기저귀를 털어 볕에 말리는것이 이상하고

벽너머로 뿌우뿌우 하고 들려오는 소리의 정체가 몹시도 궁금한데

독자는 그 이유를 알기 때문에 왠지 주인공 남자에게 답을 해줘야할거 같은 생각을 갖게도 한다.

가끔 찾아오는 양아치같은 복장의 남자는 어딘지 비슷한 구석이 있어 동생쯤으로 생각하지만 전화벨이 울리면 꼭 두번만에 받는 여자의 습관까지 점 점 더 강한 호기심을 갖게 되는 주인공을 보니 분명 둘사이에 뭔 사단이 나지 싶다.

 

주인공이 취직한 종합학원은 생계를 위해 다닐뿐이지 정을 둘 생각이 전혀 없다.

처음 소개받은 영어선생이란 여자에게서 풍기는 묘한 분위기도

학원장과 부원장간의 알 수 없는 공기의 흐름이나 왠지 어색한 그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일만 끝나면 자리를 뜨기 바쁘다.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자신은 이 부류속에 섞여 있을 사람이 아니라는듯,

 

그리고 영어강사의 남성편력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학원장과 부원장에게 돈을 받고 몸을 팔기도 했으며

자신이 좋다는 양아치같은 남자에게 묘한 매력을 느껴 호텔에서 동거를 한다.

그런데 이 남자는 다름아닌 주인집 여자의 남동생,

그리고 주인공의 남동생은 다름 아닌 주인집 남편의 입대한 군의 상사다.

이쯤되니 우리가 그렇게 넓게 생각하는 이 세상이 얼마나 협소한지 생각하게 되고

또 어떤 인물이 주인공과 혹은 다른 인물들과 서로 연관지어져 있을지 기대하게도 된다.

 

양아치같은 그 남동생은 영어강사인 그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것에 큰 보람을 느끼는듯

어느날은 그녀를 치근덕대는 학원장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고

누나집에서 훔쳐온 누나의 금가락지를 그녀에게 선물하기까지 한다.

그러던 어느날 영어강사는 금가락지를 그만 식당에서 잃어버리는데

그것을 줍게 되는 사람은 다름아닌 주인공!

 

주인집 여자가 자전거를 타고 다가 넘어진걸 도와주면서부터 둘의 관계는 급진전,

그녀는 주인없는 그의 셋방엘 들어가 청소를 하기도 하고 다시 흐트러놓기도 하며

남편없이 외로운 마음을 의지하려 하는데 어느날 술을 잔뜩 먹은 그를 맞아

집으로 옮겨주다 그만 둘은 급격히 몸을 썩는 와중에 남자의 주머니에서 금반지가

떼구르르 굴러 나온다.

 

언제부터인지 어디서부터인지 정말이지 우리의 생은 이토록이나 사소한것에 멜랑꼴리 해지는 걸까?

사소하지만 왠지 거부할 수 없는 생, 사소하지만 왠지 무시할 수 없는 생,

그런 것들이 모여 거대한 힘을 가진 무엇인가가 형성되는 것이 세상인것일까?

자신의 소원은 천사를 죽이는것이며 방안에 있는 모든 책을 불태우는것이라는

주인공 남자의 삶속에 얽힌 갖가지 인생들이 참으로 멜랑꼴리하다.

 

그리고 주인공이 그렇게 벗어나고 싶어했던 엄마는

다름아닌 주인집 여자와 끈이 이어져 있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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