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인터넷 연재로 읽다가 중간에 무슨일로 못읽게 된 소설이다. 다시 책을 펼쳐 보려니 읽었던 부분의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중간부터 책을 읽었다. 소금호수로 가는길 명서와 미루를 자신의 옥탑방으로 초대해 같이 밥을 먹는 장면이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이 작가의 글쓰기는 참으로 독특하다. 한가지씩이라도 개성이 독특한 캐릭터들이어서일까? 아욱을 보더니 아욱국을 끓이겠다고 팔을 걷어붙이는 미루, 언제나 먹는것을 꼬박 꼬박 기록하는 미루, 자신이 오늘을 살았다는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란다. 밥을 맛있게 먹는 미루를 보며 엄마의 말을 떠올리고 엄마를 떠올리는 윤! 돌아가신 엄마,,, 그들은 어느새 밥을 한공기씩 더 먹고 깻잎 한장씩 얹어주며 밥을 싸먹으며 그렇게 신나게 밥상을 싹 비우는데 그러면서 고양이 이야기를 하는 미루의 눈에 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고인다. 도대체 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다시 책을 앞으로 펼쳐 제대로 읽기 시작한다. 8년만에 걸려온 수화기 건너편의 그와 주인공은 어떤 사이일까? 그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기보다 어제도 그제도 만났던 사람처럼 첫대화를 주고 받는다. '어디야?' 그의 이야기는 윤교수가 병원에 있다는 내용이다. 그와의 통화로 그녀 윤은 그를 떠올리고 미루를 떠올리고 윤교수를 떠올리고 단을 떠올리며 그들과의 얽히고 섥힌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기억속에서 끄집어 낸다. 80년대 한창 학생운동으로 나라가 시끌시끌, 동네가 어수선하던 그때에 갑자기 사라져버린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던 안타까운 목숨들과 자신의 몸을 불태워 사회의 부당함을 고발하려 했던 그네들의 이야기를 그렇게 나서지 못하고 속으로만 아픔을 삼키며 지켜보듯 그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언제나 신경숙의 책을 읽을때면 각오해야할 것들이 있다. 어느 주인공이건 왠지 병적이기까지한 특이한 행동들을 보이고 꼭 누군가 자살을 한다거나 하는 비참한 내용 뭐 그런것들 말이다. 그리고 그녀의 소설들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어 다른 소설 속의 인물을 한번씩 등장을 시키기도 하는 특이한 구성을 보여 이제는 그녀의 책을 읽을때면 '어, 이 이야기는 분명 어느책이선가 봤는데' 하며 숨바꼭질을 하듯 그녀의 다른 책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 책속의 주인공 윤과 단의 이름으로 [깊은슬픔]속 주인공들의 이름들을 떠올렸고 [바이올렛]의 포크레인속에 들어가던 기괴한 행동을 했던 주인공이 그랬고 [외딴방]의 그녀가 그렇게 떠올리기 힘들어했던 자살과 함께 기억속에 묻어두려했던 언니가 그랬고 [종소리]에 등장하는 화장실 창문뒤 새에게 방해가 될까 검은 도화지를 붙인 그녀가 그랬다. 분명한 기억은 아니지만 그렇게 서로 이어져 있는 인물들이 여럿이었는데 이 책속의 인물들의 행동이나 장소나 사건들이 그 모든 소설들을 다 떠올리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주인공 윤은 엄마의 죽음을 오랫동안 받아들이기 힘겨워 창문에 검은 도화지를 붙여놓고 괴로움을 극복하려 했다. 이제 다시 그녀의 일상으로의 복귀에 있어서도 도화지는 붙이지 않았지만 하루 두시간이상 걷는다거나 책을 읽고 새로운 단어들을 찾아보기과 같은 자신과의 약속을 메모해두고 지키려 애쓴다. 그런 그녀의 어딘지 모를 불안한 삶속에 스며들어온 명서와 미루와 윤교수! 윤과 단이 어린시절을 함께 했기에 땔래야 땔 수 없는 그런 관계인것처럼 명서와 미루 또한 어릴때부터 함께 살아오듯 한 그런 관계이다. 어느순간 이들 모두가 서로 가까운 사이가 되고 한자리에 모여 마음을 나누기까지 하는데 그런데 단은 군에서 실수인지 자살인지 모를 이유로 죽음을 맞이하고 미루 또한 자신때문에 상처입고 발레를 포기해야했던 언니의 죽음을 이기지 못해 결국 자살하고 만다. 그리고 그런 친구들을 가진 윤과 명서는 오래전부터 서로 마음을 나누는 사이지만 죽어버린 친구들때문에 서로의 마음을 어쩌지 못한채로 방황하기에 이르는데 '내가 그쪽으로 갈게'라는 문장 하나로 나는 해피엔딩의 결말을 상상하려 애쓴다. 신경숙 그녀의 소설은 그녀가 소설속에 종종 등장시키는 소재인 우물을 떠올리게 하고 그녀의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점 점 우물속으로 가라 앉는듯한 두레박이 되지만 어느새 물을 하나가득 머금고 위로 천천히 올려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명서의 갈색 노트 뒷편에 적어 놓은 언젠가는 윤과 함께 하고 싶다고 했던 그의 바램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