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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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점 점 이 사회는 나이든 자들이 주를 이루는 고령화 시대가 되어 간다는데 뭐 그런 이야기일까?
어쨌거나 그들 가족의 이야기속으로 풍덩!

영화감독을 꿈꾸던 주인공은 오만가지 기대를 품고 만든 영화 한편으로 모든걸 다 말아먹는다. 
돈도 아내도 다 그를 떠나버리고 이제 남은건 몸둥아리 하나뿐, 노숙자 신세가 될 그를 구원해주는 이가 있었으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의 위대한 ’엄마’ 다. 
장가를 가고 자신의 삶을 사느라 떠나온 엄마의 집으로 이제 혼자가되어 다시 들어가게 된 주인공,
이미 그집엔 어릴적 자신을 몹씨도 못살게 굴던 
 ’누구하고 싸우다가 맞아 뒈지든 술 처먹고 차에 치여 뒈지든(p21)’
자신앞에서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랬던  아직 장가도 못가고 뒤룩뒤룩 살만 찐 형도 있다.
동생이 싫기는 형도 마찬가지인가보다. 서로 만나자마자 냄비를 집어 던지는 형이라니,,,
-아이 씨발, 저 새끼 여기 들어오면 안 되는데 ... (p24)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뭐 이런 형제지간이 있을까 싶게 직설적인 글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점 점 책을 읽어 내려가다보면 그게 이상하게 읽다 보면 유쾌 통쾌해 질때가 있다.  
사회 규범이란 틀속에 가둬둔 내 속의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얼마 안있어 누이동생까지 중학생 딸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기어 들어온다.
조카가 있었는지 조차 모르는 삼촌과 조카의 첫 만남은 실소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
뭐 이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점점 이타적이 되어가고 개인주의적이 되어가는 이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거 같아서 씁쓸!
이제 할머니집에서 살아야한다는 조카의 말에 형의 딸인지 여동생의 딸인지 머리가 복잡한 주인공,
’그 개같은 인간이’ 이 툭하면 ’술을 쳐먹고’들어와서 멀쩡한 사람을 ’개 패듯’ 패는데 
그동안 참다 참다 마침내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오늘 민경을(바로 그 싸가지 이름이다)데리고 
집을 나와버렸다는 것이다. (p34)
이것이 바로 여동생이 엄마네 집으로 들어온 사건의 전말이다. 
그런데 그런 나쁜놈의 제부를 그냥 둘 수 없다는 주인공의 반응에 형도 엄마도 나몰라라하고 
팔짝팔짝 뛰는 저를 한심하다는듯 째려보는 조카에도 모자라 더우기 여동생은 칠색팔색을 한다.
형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여동생 미연은 소문난 바람둥이란다. 허 허 참!ㅠㅠ

주먹구구든 우격다짐이든 어쨌든 모두가 함께 모여 살게 된 엄마는 이상하게 신이 났다. 
장성한 아들들이 노숙자가 될 지경이고 장가도 못가고 마땅한 직업도 없으면 한숨이 땅이 꺼져라 쉴판인데
매일 매일 고기를 사들고 잔치를 벌이듯 자식들에게 고기를 먹이는 엄마의 꿍꿍이는 뭘까?
그렇게 재구성된 이들 가족의 평균나이가 49세 고령화 가족이란다.

어느날 삼촌인 주인공은 조카아이의 담배피는 장면을 목격하고 입을 다문다는 조건으로 삥을 뜯는다. 
그러면서 한다는 조언이란 ’입만 잘 다물고 있어도 돈을 벌 수 있다는거, 담배 피우면 키 안큰다(p87)’ 라나?
또 어느날은 집앞 차안에서의 여동생의 애정행각에 눈이 뒤집혀진 주인공은 상대편을 죽도록 두들겨 팬다.
정말이지 새로운 남자가 생겼다는 미연을 보니 그녀의 바람끼는 농담이 아니었나보다. 
그리고 형은 조카의 팬티를 들고 몹쓸짓을 하다 주인공에게 들키고 그 사건 때문인지 조카는 집을 나간다.
그랬다, 형이란 인간은
 ’폭력과 강간, 사기와 절도로 얼룩진 전과 5범의 변태성욕자, 정신불구의 거대한 괴물, ,,한마디로 인간망종이다.’(p19) 
그런 형의 몹쓸짓까지 끌어 안는 엄마가 못마땅했는데 알고보니 그 형은 이복형이란다. 
엄마는 아들이 있는 남자에게 시집을 와 주인공을 낳고 바람이난 남자에게서 여동생 미연을 낳았다는 이야기까지
참으로 알면 알수록 눈이 튀어나오게 놀라운 사건들만 줄줄이 딸려 나오는 콩가루집안, 그야말로 막장드라마다.

문득 그리 멀리도 아닌 우리 외가나 친가쪽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얽힌 이야기가 생각이난다. 
누구는 밖에서 나아온 자식이라느니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두분이라느니 하는 얘기들 말이다 .
옛날에도 그랬으니 서로 만났다 헤어지는 일이 훨씬 더 쉬워진 지금 이사회는 오죽할까 싶기도 하다.

주인공에게는 다시 영화 감독 제의가 들어오지만 3류 포르노 영화다.
자신이 주워온 헤밍웨이 전집을 하나 하나 읽으며 자신의 삶과 대입시켜 이야기 하는 주인공, 
그런 책을 어느날 인간망종 형이 읽겠다고 노인과 바다를 빌려가더니 어느순간 집을 나가버린다.
주인공도 양심에 가책이있어 영화 계약금조로 받은 돈으로 조카를 찾아 나서지만 
결국 조카를 데리고 온 사람은 형이다. 그리고 형은 조폭의 바지사장으로 집을 나간다.
미연 또한  바람난 남자와 새가정을 꾸려 따로 나가 살게 되는데  
엄마의 그동안 수상쩍은 행동이 다 미연의 아빠와의 일이었음이 밝혀져 
미연의 결혼식장에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한다. 
그리고 그 남자가 새로 엄마집에 들어와 평생을 같이 하기로 하는데 
어느새 이 가족들이 다시 자신의 삶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하는 모양새를 보니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랄까?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지질하면 지질한대로 내게 허용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내게 남겨진 상처를 지우려고 애쓰거나 과거를 잊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겠지만 그것이 곧 나의 삶이고 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p287
 
우리는 삶을 행복해야한다는 이유로 너무 힘겹게 삶을 살아내고 있는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픈 과거에 몸부침치거나 너무 잘 살아보려고 애쓰고 노력하지 않고 
그냥 초라하면 초라한대로 지질하면 지질한대로 그렇게 살아가다보면 그것이 행복이 되는 것은 아닐까?
이들 콩가루같은 집안의 막장 드라마같은 이야기가 솔깃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들의 삶에서 가족을 돌아보게 하는 진심이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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