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들의 도서관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참 무언가 여운이 길게 남는 느낌이다.

책 제목을 보고 언뜻 악기를 주제로 한 단편들의 모임쯤으로 생각했는데

그냥 보통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의 지루함을 조금 색다른 모양새로 다듬어

다람쥐 챗바퀴돌듯 삶이 무미건조한 사람들에게 사고의 전환을 가져다 준달까?

여덟편의 이야기가 제각각의 스토리를 보여주지만 주제는 그렇다.

무언지 모를 무력감으로 일상이 지루해질때쯤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여덟편의 이야기들 중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유리방패]다.

어쩌면 이 이야기속의 두주인공은 직장을 구하기위해 전전긍긍하는 

지금 이시대의 우리 젊은이들의 삶을 향한 안타까운 몸부림을 보여주는듯도 하다.

둘은 마술을 한다던지 만담을 한다던지 혹은 헝클어진 실을 푸는등의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이벤트로 면접을 보지만 매번 퇴짜를 맞는다.

결국 헝클어진 실타래를 제대로 풀지 못해 면접장에서 5분도 되지 않아 쫓겨난 두 주인공은

지하철안에서 그동안의 면접을 떠올리며 헝클어진 실을 푸는데 전력을 다한다.

지하철 안에서의 그들의 퍼포먼스는 인터넷에 떠돌며 화재를 불러오고

급기야는 그들을  전문면접관으로 만들어 주기까지 하지만 어느순간

자신들의 일상이 그들의 몸을 짓누르자 회의적인 생각이 들어 초심으로 돌아가잔다.

초심, 그건 또 어떤걸까?

 

두번째로 내게 독특한 재미와 흥미를 불어 넣어주었던 이야기는 [메뉴얼 제너레이션]이다.

우린 보통의 경우 사용설명서를 제대로 들여다 보지 않고 물건을 사용하기 일쑤다.

그건 아마도 사용설명서가 너무 길거나 깨알같은 글씨로 쓰여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설명서가 오히려 너무 어렵거나 문체에 맞지 않는 문장들이 너무 짜증스러워서일지도 모른다.

이 책 속의 주인공은 지구촌 플레이어의 매뉴얼을 정말 그럴듯하게 만들어 낸 이후

각종 메뉴얼들을 수집해 메뉴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잡지 편집장일까지 맡게 된다.

매뉴얼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이라니 정말 이런일이 있을까 싶은 소재로 이 책의 저자는

고정관념의 틀에 박힌 우리들의 생각의 틀을 자꾸만 비트는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아주 오래된 흑백의 공모양의 메뉴얼을 분석한일로 10년만에 오르골 음악을 듣게 되었다는 일화 또한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무방향버스]

정말 이런 버스가 존재하는걸까? 언제나 같은 코스로 돌던 버스가 사라져버리는,,,?

외상내역을 기입하던 엄마의 큰 장부책이 주인공의 일기장이 되었다가 어느날 엄마와 함께 사라져버린다.

엄마를 찾기위해 엄마의 행적을 수소문하다 이 무방향버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렇게 엄마는 무방향버스를 타고 아무곳으로든 삶으로부터 여행을 떠나고 싶었던 것일까?

얼마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란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만약 엄마를 잃게 되면

어디서부터 엄마를 찾아야할까 고민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 이야기 또한 평소 엄마에 관해 너무 무심하게 사는 나를 나무라고 있다.

그 엄마의 외상장부에 적힌 암호같은 엄마식 이름들이 우리 엄마를 떠올리게 했다.

'깨소금네집, 홀아비이씨, 감나뭇집 새아기, 샛골목 끝집 홍씨, 꼬불한 파마머리'

이렇게 재미나게 그들의 이름을 달아준 우리 엄마를 어디서 부터 찾아야할까?

 

악기를 아름답게 연주하는 것만 생각했던 내게 악기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갖게 한 [악기들의 도서관]은

'아무것도 아닌채로 죽는다는건 억울하다'라는 이 문장 하나 때문에 정상적인 삶을 이어가지 못하던 주인공이

악기점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온갖 악기들의 소리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어느날 어느소녀에게 들려준 악기 소리를 시작으로 시작된 악기도서관 프로젝트!

악기소리를 편집해 악기 소리 주크박스를 만들어 내면서 악기점이 악기도서관이 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고 있다.

사람들은 무언가 인생의 의미를 너무 어려운데서 찾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언뜻 하게 했던 이야기다.

재미로 시작한 아무것도 아닌것 같은 아주 사소한일이 삶의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로 다가오는 즐거운 이야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