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말처럼 여행을 가지 못할 이유가 여행을 가야하는 이유보다 더 많다. 하지만 여행을 가야하는 그한가지 이유가 훨씬 무게감이 실릴수 있으므로 언제건 그 삶의 무게에 내마음을 실어 여행길에 올라 본다면 내 삶을 돌아보는 멋진 시간이 될 수 있으이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작가는 잘 다니는 직장을 어느날 접어버리고 여행길에 오른다. 단지 떠나고 싶다는 열정 하나만으로! 떠날 수 있을때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게 대부분인데 그는 용기를 내어 여행을 떠난다. 그녀는 다른 사람과는 달리 배낭을 꾸릴때 가지고 갈 수 있으면 다 가지고 가라한다. 보통은 너무 많은 짐 때문에 여행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여 최소한의 짐을 꾸리라 하는데 그녀는 하나도 빼놓을 만한 마땅한것이 없어 모두 여행가방에 담았다고 한다. '터지기 일보직전의 그녀는 그간 다이어트라도 했는지 제법 S라인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물건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나보다 더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내 것을 나눠 주기도 하고, 새롭게 갖고 싶은 것에 대한 욕심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 p30
그렇게 나눠주고 잃어버리다 보니 저절로 줄어드는 여행가방이란말에 공감이 간다. 호도협 트래킹 코스를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걸어서 종주하려 했던 그녀 뒤를 말없이 딸랑거리며 따랐던 말몰이꾼은 그녀가 결국 말위에 오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것일까? 사람이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것이 있으며 그렇지 못한것이 있을땐 힘들다 소리내고 도움을 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여행! 그렇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을때 잡아줄 손이 되어준 말몰이꾼이 인생에 몇이나 될까? 파키스탄에서 처음 만난 트리니다드 토바고 사람 캐론에 대한 이야기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와 함께 동행하고부터 생기는 개운치 않은 일들, 비자를 내는 일에도 교통을 알아보는 일에도 뒷전이었던 그가 돈을 빌려 가고 나타나지 않자 걱정하던 즈음 돈과 함께 작은 선물상자를 내밀어 그녀를 당혹스럽게까지 만들었던 캐론. 그렇게 헤어진 그를 나중에 중국에서 다시 만났을땐 그가 모든 일들을 다 알아서 처리해주기까지 하니 사람은 정말 끝까지 알고봐야하는게 맞나보다. 그렇게 여행에서의 인연이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우리네 속담을 무색치 않게 한다. 여행길에서 만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어린시절 추억을 더듬기도 하고 그냥 호기심에 따라다니다가 자신이 가진 과자를 나눠주는 순수한 마음에 감동받고 자신을 위해 멋진 공연을 서슴치 않는 순박한 아이들의 눈동자에 반한다. 여행에 대한 사전 지식을 습득하다보면 어느 나라엔 도둑이 많다라거나 택시를 잡아 타면 나쁜 운전기사를 만날지도 모르니 조심하라거나 하는 정보를 얻을때가 있다. 그런데 그것이 모든 나라 모든 기사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실제 여행을 하며 알게 되는데 아직은 사람 살만한 세상이라는 사실에 훈훈해진다. 여행지에서 만나 팔지를 무슨 표식처럼 함께 끼웠던 친구를 나중에 다시 만나 끊어진 팔찌지만 서랍속에 잘 넣어두고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받고 자신들을 엉뚱한 곳으로 데려 가는줄 알았던 택시기사의 진심을 알고는 오히려 잘못된 정보가 여행자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는 사실에 마음이 너그러워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곳 빠이에서의 그녀가 이름붙인 소소한 마법, 손으로 쓰는 엽서와 모토바이크 타기는 꼭 잊지 말고 해보고 싶은 것중 하나다. 그리고 덤으로 이루지 못한 것들을 적은 에어벌룬 날리기도 ,,, 어느 배낭 여행 친구는 항상 여분의 증명사진을 준비하지 않고 그때 그때 현지에서 사진을 찍고는 하는데 그것이 처음엔 꼼꼼하지 않은 성격탓인줄 알았단다. 그러나 가만 사진을 들여다보면 정말 우습기 짝이 없는 그 속에 어딘지 색다른 그 나라의 분위기를 담고 그당시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어 샘이 났단다. 그리고 현지에서도 얼마든지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물건들을 준비못했단 이유로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소포로 보내달라는 부탁을 한다는 그녀의 그 털털함은 어쩌면 그녀만의 혼자 하는 여행 비법인지도 모를일이다. 하루 여덟시간만 전기가 들어오는 네팔에선 촛불아래서 생활해야했고 인도 바라나시에서는 반양동이밖에 지급하지 않는 온수로 몸을 씻고 머리를 감았으며 중국의 시골길을 달리던 버스가 멈춰 서면 그곳에서 그 사람들과 함께 엉덩이를 까고 볼일을 보고 사막에서는 낙타똥을 땔깜으로 한 불에 요리를 하기도 또한 그 모래로 그릇을 씻기도 했던 전혀 새로운 나라에서의 전혀 엄두도 내지 못했을 행동들을 서슴치 않고 할 수 있었던건 단지 마음먹기 나름! 낯선곳으로의 여행은 어쩌면 저 컴컴한 암흑속으로 들어가는것과 같은 기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 어둠뒤로도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들어갈 용기를 내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것만은 아니다. 이 책의 저자 또한 그런 떠나고 싶은 열정이 저 어둠을 밝히는 불이되어 이렇게 멋진 책을 남겼는지도 모를일이다. 여행서를 읽다보면 그곳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지리적 경제적 생활적 정보를 얻는것도 중요하겠지만 참 아름다운 세상을 담은 멋진 사진들과 함께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아 내고 있는 글이 주는 느낌때문에 더욱 여행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부추기기도 한다. 작가처럼 누군가에게서 들은 정보로 가게 되었지만 실망을 하게 되는 여행이더라도 생각지도 못한곳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는 인연을 위해 내가 알고 있던 잘못된 정보에 대한 수정 작업을 위해 또한 살맛 나는 세상이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 떠나보고 싶은 맘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