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이니 세계문학이니 하는 명제를 달고 있는 책들은 왠지 좀 고고한 느낌이 들어서인지 읽어야한다는 의무감때문에 그닥 읽게 되지는 않는 그런 책인듯하다. 보통 민음사에서 출판되는 세계문학전집들은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익숙한 제목들을 가진 책들이지만 사실 그 책들을 읽어본 사람들은 몇 되지 않는것처럼 말이다. 더우기 창비에서 새롭게 발췌해 엮어 놓은 이 세계문학전집의 경우 각 나라별로 그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책이어서 그 낯설음이 더 할듯 하지만 왠지 우리 사람들의 측은지심을 발동시키는것도 사실이다. 그러니까 알아주지 않는 작품이란 생각을 하니 측은한 마음에 그냥,,, 그렇게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어느새 다 읽고 있더라는,,, 책속의 배경이 되는 시대나 공간 또한 현대가 아닌 일본의 아주 오랜 옛날로부터 전쟁을 겪어내야 했던 그 시대까지의 이야기여서 양반과 상놈으로 신분의 차를 두었던 우리 옛시절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더 흥미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책속의 여덟작가의 작품들 모두 읽으며 어딘지 많이 다듬어지지 않은듯 이제 갓 사회로의 첫발을 내딛는 초년생의 그런 서투름이 느껴지기도 했고 글 또한 꾸밈이 그리 많이 들어있지 않아 담백함속에 강인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들의 작품 중 인상적인 느낌을 주는 이야기는 이 책의 대표 제목으로 쓰인 [이상한 소리], [오오쯔 준끼찌],[가난한 사람들의 무리] 그리고 정말 독특하면서 흡입력이 강했던 [모닥불]이다. 사실 나는 일본 작가를 그리 많이 알지 못한다. 그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라던지 요시모토 바나나 정도도 이름만 알뿐! 그만큼 일본 문학에 문외한이어서인지 이 일본문학책은 그 문채가 익숙치 않아 읽어 내는데 좀 공을 들여야했다. 하지만 왠지 읽을수록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걷는듯한 느낌이 들어 다음에 다시 온다면 좀 더 익숙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거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나츠메 소오세끼의 [이상한 소리]라는 이야기는 미술의 데칼코마니같은 그런 느낌이 들게 했던 이야기로 자신만 그런 느낌을 갖는것이 아니라 상대방도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이야기인듯 하다. 그리고 [오오쯔 준끼찌] 이야기는 그야말로 우리 옛시대극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을 이루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 양반의 이야기를 아주 직설적인 화법으로 독자들에게 좀 더 날것으로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며 '그들의 사랑은 과연 이루어지는 것일까?' 하는 결말을 독자에게 남겨주는 참 얄미운 작품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무리]란 책은 가난한 농촌이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어 주인공의 마음처럼 가난한이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있는게 없을까를 고민하게하다가 결국 가난한 이들에게 잘 해준다는것은 그들을 의존적으로 만들뿐이란 생각도 하게 하고 또 그래도 같은 인간으로 함께 행복할 권리를 생각하게 했던 이야기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모닥불]은 법정에선 죄인의 자백의 이야기로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어 더욱 흥미진진했으며 전쟁으로 인해 혼자 남겨져 세상을 헤쳐 나가던 그녀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를 만나 그 아이만은 불행하게 살게 하고 싶지 않다는 강한 강박관념때문에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하는 일들을 저질러 버리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그녀의 입을 통해 낱낱이 묘사되고 있는 그 하나하나의 장면들은 정말이지 눈에 보일듯 그렇게 생생하게 표현되어졌다. '과연 그녀는 죄인일까?'하는 생각을 하게 했던 소설! 창비의 새로운 전집인 세계문학전집의 또 다른 책들을 들춰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