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조각들 - 타블로 소설집
타블로 지음 / 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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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는.
어버지를 닮고 싶어하는 아이들과 아버지의 정반대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
대충 두부류로 또래를 나눌 수 있었다.
난 후자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가 걸어갔던 길을 역행하려 발버둥쳤기에
오히려 그대로 닮게 된 경우다.
별을 쫓다 구름만 휘젓고 주저 앉은 패배자.
그렇게 내 앞에 갈라져 있던 길은 사실 처음부터 큰 원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 p175----

타블로는 우리 딸아이가 좋아하는 가수다.가수!
얼마전 이 살색의 책 표지와 아삼미삼한 타블로의 그림자 표지를 보며
타블로라는 작가가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설마 가수타블로가 아니겠지~!
그런데 가수 타블로란다. 딸아이도 '맞아, 타블로가 글도 썼대!'하며 반색을 하던!
그런 딸아이가 이 책을 읽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살짝 걱정이 든다.

자신의 청춘이라면 청춘이라 할 수 있는 그 시절의 단상들을 단편으로 묶어 놓은 이 책! 그냥 무심코 넘길 책이 아니다. 아무렇게나 끄적여 놓은 책이 아니란 말이다. 생각외로 그의 글은 보통 이상의 느낌을 주는데 글들이 즐거운 내용이 아니라서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딸아이에게 선뜻 읽어보라 했던 내 말을 잠깐 주워담아두고 싶다. 좋은것 즐거운것만 주고 싶은 섣부른 부모맘에서 말이다.

여러 이야기중에 '쥐'라는 이야기는 스스로가 감독이라는 명목아래 아무런 노력은 하지 않고 그저 배우 캐스팅에 하룻밤을 불태우는식으로 그를 합리화 하다보니 스스로 쥐라는 덫에 걸려버린 현대인의 모순을 보여주는 이야기! 그러나 결국 그 쥐가 진짜 쥐덫에 걸려 반토막 나는 장면은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과 함께 그 쥐를 생각하게 한 독자와 주인공에게 어떤 탈출구가 되어 버리는 이야기 구조가 참 탄탄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증오범죄'라는 대목에서의 한국인 주인공 남자아이 이야기! 단지 생김새때문에 쪽바리로 오해받아 살해당한 동양인 친구의 신문기사를 보고는 이별을 고하는 여자 친구가, 같은 동양인이어서 참 안됐다는 표정으로 바라볼때는 나 또한 같은 동양인으로 왠지 그런 눈빛으로 외국인이 나를 보는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하얀 백인을 보면 다 미국사람인거같이 여기고 또 까만 흑인을 보면 다 아프리카 사람이라 여기는 것과 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그 범인의 진술이 너무 잔인하다 못해 이책이 한계를 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최후의 일격'!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한가족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급전개하는데, 있지도 않은 자신의 과거를 철썩 같이 믿고 자신이 권투선수라는 자부심으로 스스로를  용기 있는 자라 칭하지만 그래서 그와는 반대로 겁많은 아들을 인정하지 못한다. 용기란 결코 과장된 자만심이 아님을 알게 해주는 이 이야기는 마지막 장면에서 순간 멈춤이 된다. 아들이 아버지 앞에 스스로의 머리에 권총을 발싸하는,,, 아들이 보여주고 싶은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용기란 그런것이 아닌데 이제 그 아버지는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까?

이렇듯 타블로는 대마초를 피우는 아이들 이야기와 담배를 배우는 아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범죄와 너무 가까운 아이들과 잘못된 편견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각조각 모아놓았다. 그가 작가라고 생각하면 이 정도 표현이야 못할게 없지 싶지만 그가 가수라 생각하니 조금은 오버한 듯한 이야기가 주는 느낌이란 즐거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에 글에 대한 놀라움과 아쉬움이 참으로 많이 교차한다. 청소년들의 우상이라 할 수 있는 그가 지나오고 바라본 그 청춘의 뉴욕이 그리 밝지 못했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어줍짢은 선입견을 가져다 주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지만 타블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에게 가까워질 책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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