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판형이 아주 크고 또한 책이 무척 두텁다. 무게감을 느끼며 책을 넘기는 순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의 초대를 받는듯 그렇게 그림속으로 빨려들어간다. 한페이지 페이지마다 아주 잔잔한 느낌이 드는 그림들이 쭈욱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쓰윽 훏어보면 어느새 갈색톤의 영화를 보는듯하다. 글자 한자 없는 그림책이지만 내 마음은 하나가득 이야기를 읽어내고 있다. 책 표지의 여행가방을 든 한남자와 알듯모를듯 요상스런 동물 한마리는 무얼하는걸까? 이런 호기심과 함께 표지를 넘기면 네모속의 낯선 얼굴들이 생경스럽게 바라본다. 한남자가 자신의 가족 사진을 여행가방에 담고 홀로 여행을 떠난다. 아니 우리는 금방 그가 홀로 낯선곳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찾아갔음을 알게된다. 그림속의 주인공을 따라 언어가 다른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을 위해 몸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의식주의 해결을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이곳 저곳을 다니고 이전의 삶의 터전에서와는 전혀 색다른 새로운 먹을 거리를 알게되고 그런 과정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서 점 점 자신의 삶을 만들어갈 자리를 만들어간다. 작가가 보여주는 새로운 세상은 전혀 낯설지만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그림속에 등장하는 새로운 도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도시가 아니다. 아주 신비로운 글자와 그림과 상상이상의 신기한 동물들이 친근함을 준다고 할까? 아마도 이 작가는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조금더 많이 신비롭고 아름답게 들려주고 싶어 이렇듯 멋진 상상의 그림을 그려 놓은듯한데 그런 마음이 담긴 따뜻한 그림책이다. 그렇게 가족을 다시 만나고 그의 새로운 삶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책장을 넘기면 처음의 그 네모속 얼굴들이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그속에 바로 내 모습이 들어 있게될지도 모를일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