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상을 꿈꾸는 곽효정 그녀의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다. 한발 한발 내딛던 내 발걸음은 점점 그녀의 영화들로 가득찬 마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점점 더뎌지더니 책의 중반을 접어들 무렵엔 풀썩 주저 앉아버린다. 그녀의 글을 통해 본 영화들이 고스란히 내 가슴 한쪽 구석진 빈자리를 채우고 채우고 채우다 못해 흘러넘쳐 주체를 하지 못하고있다.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 아주 오래된 영화들의 희미한 기억들이 내겐 흐린 창밖을 내다보듯 그렇게 아련하기만 한데 그런 영화에 대한 기억을 이렇게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 언제나 펼쳐 보며 그때의 감흥을 되새겨 볼 수 있는 곽효정 그녀는 정말 행복할것만 같다. 그리고 희미해져 버려 안타까운 나에게 또다른 느낌으로 영화를 떠올릴수 있게 해주어 감동이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과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영화를 통해 하나하나 독자들에게 물흐르듯 그렇게 전해주려한다. 그리고 나 또한 그렇게 젖어들어 흘러감을 느낀다. 흥행작만을 이야기했다면 커다란 바다속에 풍덩 뛰어든 느낌이겠지만 때로는 작은 급류를 타듯 때로는 징검다리 놓인 잔잔한 물길을 따라 흐르듯 그렇게 그녀의 이야기는 내게 영화로의 여행을 즐겁게 한다. 그녀가 들려주는 영화이야기중 가장 보고 싶은 영화한편이 있다. 바로 [내곁에 있어줘]라는 제목의 영화다. 그녀가 10회 부산영화제에서 감명깊게 보았다는 이 영화는 세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모두 하나로 이어지는 영화이며 그 영화를 연결해주는 역활을 하는 테레사 챙'이란 할머니가 정말 꼭 보고싶다. 테레사 챙, 그녀는 귀가 멀고 눈이 멀었지만 영어를 배우는 일에 전념을 했다고 한다. 그런 그녀는 실존인물이며 배우가 아닌 실제 인물이란다. 또박또박 영어로 시청각 장애 학생들을 가르치는 그 장면이 보고싶다.지은이와 같은 어찌할바를 모를 감동에 젖고 싶다. 그리고 또한 테레사 챙의 독백이 듣고 싶다. 그녀의 영화속 마지막 문장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나와 함께 있어주세요, 사랑하는 사람, 그러면 내게서 미소는 사라지지 않을거에요." 그리고 아주 오래된 영화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의 [카사블랑카]에 대한 지은이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때 그 장면을 떠올리려니 가슴속에 그동안 쌓아둔 그리움들이 파도가 되어 화악 밀려오는것만 같다. 한편의 영화 이야기를 들려줄때마다 영화속 장면이 조그마한 사진으로 놓여져 잔잔한 시각적 즐거움을 주며 지은이의 그림을 담은 메모와 함께 영화 이야기를 마무리해주어 그녀의 노트를 몰래 들여다 보는듯한 기분을 느끼게도 한다.책을 읽는 내내 나는 영화 목록을 만드는 나를 발견한다.하나하나 어디서든 영화를 구해다가 꼭 볼참이다. 그리고 나만의 영화이야기를 만들어 보리라! <기억에 남는 한마디> 가족들간의 깊은 갈등은 알고 보면 정말 사소한 곳에서 출발하고 그것이 끝날때도 정말 사소한 말 한마디에서 끝난다. '미안해'그 말 한 마디 '고마워'그 말한마디, 그것이면 충분하다. ---221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