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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사냥 ㅣ 보림문학선 7
레이 에스페르 안데르센 지음, 매스 스태에 그림, 김경연 옮김 / 보림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제목도 표지의 그림도 만만히 볼 책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내 예걈이 적중했음을 그렇게 좋아할 수 만은 없었음을 느낀다.
과연 나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무엇인가로부터 도망쳐야만하는 절박한 주인공 에스벤!
그와 함께 숨을 헐떡이며 달리기를 하고 더이상 달릴 수 없어 쓰러지는 그를 안쓰러워하며
그 이유를 알고서는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다.
'사람들이 ... 사람들이 어머니를 불에 태웠어요'
세상에 어떤 이유로 사람을 불에 태울 수 있다는 것인지 참으로 어이없는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엄마가 불에 태워지는 모습을 보고 도망쳐야만 했던 에스벤은 또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에게도 닥칠 똑같은 불행에 대한 두려움과 무서움으로부터의 도망이었겠지만
또한 엄마를 그렇게 버려두고 도망칠수 밖에 없었던 그의 마음의 상처는 무엇으로도 치유가 어려울것만 같다.
그리고 그는 또다른 현자 한스를 만나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털어 놓으며
마음의 상처와 괴로운 기억을 달래고 위로받기도 하는데
그가 의지하던 한스 또한 바로 그의 엄마가 겪었던것과 같은 위기를 맞게 된다.
단지 다친 사람을 치유해주고 병을 고쳐주었다는 이유로 마녀가 되어 불태워져야만했던 ...
물론 이미 그와의 하루 하루를 보내며 그에게도 닥칠 상황을 눈치채고 도망치자고 말하지만
한스는 이제 더이상 도망갈데도 없고 도망만이 전부가 아님을 에스벤에게 알려준다.
'난 집에서 도망쳤다. 목사 자리에서 도망쳤고, 관청으로부터 도망쳤고, 또 도망쳤다고 나를 괴롭히는 양심의 가책으로부터 도망쳤다. 나중에 나는 나 자신으로 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여기 머물기로 결심했다. ...... 더이상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사람은 그 자리에 머물면서 싸움을 받아들이게 된다. ...... 인간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 ---128페이지
사람에겐 참 여러가지 면이있다. 오죽하면 천의 얼굴을 가졌다고 할까?
눈치보기에 급급한 나머지 옳지 못하다는 것을 알지만 대항하지못하고
그저 큰소리 치는 사람쪽에 서서 그들과 함께 행동하기를 꺼리지 않기도 하며
아예 모르는체 하고 나만 혼자 열심히 살면 된다는 식의 생각으로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의를 위해 의협심을 발휘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에스벤은 어느쪽이었을까?
물론 엄마에게 행해지는 일들이 잘못되어진 일이란 사실을 알았지만 도망만 쳐야했던 에스벤은
바로 약자의 편에 서 있지만 강자의 편에도 정의의 편에도 서지 못하는 그런 입장이었다.
그렇게 도망쳐 그가 만난사람이 그처럼 여기저기 도망만 치던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니
이보다 더 아이러니한일이 있을까?
바로 도망만 치게 되면 계속 그렇게 해야만하는 상황이 되풀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일러주며
도망치기보다는 싸움을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내가 싸울것인지 도망만칠것인지 결정하는것은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나라는사실을 말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마녀 사냥꾼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 나는 내가 무엇을 두려워 하는지 알고 있단다.그것이 내 강점이야.' -----139페이지
내게 숨어있는 마녀 사냥꾼은 언제 어떤 모습을 드러낼지 모르니 에스벤의 이야기를 잘 기억해 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