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한창 그림에 빠져 미술관을 다니던때가 있었다. 화가에 대한 짤막한 소개와 그림의 제목을 보며 그림을 감상해보지만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는 없었다. 그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미술책추천 #한국근대사 #살롱드경성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일제강점기와 광복과 한국 전쟁등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화가들의 이야기가 몇점의 그림과 함께 쭉 펼쳐진다. 오세창, 고희동, 이상범, 전혁림, 윤중식, 천경자, 이응노등 언젠가 한번은 본것 같은 우리 화가들의 그림, 화가의 생애와 그림의 배경등을 알고 그림을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좀 더 깊이 있게 화가와 그림을 알고 싶다면 '살롱드 경성'으로 만나보자!
나라가 망해버린 일제강점기에도 부모가 뜯어 말린 화가의 길을 가며 우리 문화를 통해 정신을 지키려 애썼던 오세창의 우리 민족의 단합을 역설한 <어가주>, 호랑이를 닮은 우리나라 지도를 그린 안중식의 나라를 잃은 슬픔과 이상향을 담아낸 푸른 그림 <도원행주도>, 조선 최초 서양화로 화가의 정체성을 높이려 했지만 사회가 알아주지 않아 한국화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고희동의 <봄풍경>등의 크고 작은 그림들이 화가의 생애와 함께 하니 달리 보인다. 나라를 빼앗긴 참담함 속에서도 화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붓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화가들의 슬픔과 꿈과 이상이 고스란이 전해진다.
"언어와 행동을 은인자중하며 지내다가 기회를 당하면 놓치지 않고 와락 출동하여야하네, 두고 보게"-이세창"
"생명은 모든 것의 원천이며 아름답고 희열에 찬 것이지만, 반면 가장 슬프고 비극적인것"-전혁림
"인생에 있어서 모든 가치는 사랑이 그 바탕이며, 예술은 사랑의 가공"-김종영
모진 가난의 고통을 견디며 여관을 전전하며 살았던 전혁림이 인생역전을 하게 되고 가난에서 벗어난 전혁림이 90세에 자신의 고향 통영의 풍경을 담아 그린 <한려수도의 추상적 풍경>, 피난길에 이산가족이 되고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윤중식의 <석양>, 동요속 꽃대궐 같은 집에서 자라 동서양을 아우르는 보편성을 지닌 그림을 그리려 애썼던 김종영의 <산동네 풍경>등 나고 자란 환경도 다르고 화풍도 다르지만 그림에 진심이었던 화가들의 이야기가 생생히 전해진다.
1편을 보지 않았더라도 화가와 그림을 만나는데는 크게 무리가 없지만 이왕이면 1편도 함께 보면 더 좋겠다. 화가의 변화되는 삶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한편의 드라마처럼 풀어내고 있어서 쉽게 읽힌다. 우리가 익히 잘 알지 못햇던 화가들까지 다루고 있어 미술적 지식의 폭이 넓어지기도 한다. 화가가 남긴 글과 작품이 더 가깝게 다가오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