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도 촉감도 부피도 중량도 없는 온라인 속 책과 달리 손에쥐어지는 사물로서의 책을 만지며 나는 행복했다.
그러나 내가 느낀 행복과 달리 그들은 한물간 세상에 머물러있는 게 맞고, 나도 거기에 함께 있다. 이천 년 넘게 누려온종이의 위세는 무너졌다. 책장을 넘기며 정보를 읽는 것에서.
마우스를 클릭하거나 스마트폰을 조작해 정보를 구하는새로운 책의 세상이 열렸다. - P14
그들의 속내도 나처럼 복잡할까?
안타깝지만 그렇게 보였다. 지금까지와 다른 현실을받아들이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이도, 치열하게고민하며 새로운 세상에 맞서는 이도 있지만, 그 모습과상관없이 소멸을 향해 나아가는 시장에서 버겁게 버티는일은 모두 앞에 놓인 숙제였다.
그래도 나는 아무 의문도 갖지 않았고, 걱정도 하지 않았다.
그저 느긋한 마음으로 그들의 하루하루에서 아름다운장면만 꺼내 읽었다.
어쨌거나 그들은 가장 좋아하는 책 한권쯤 가슴에 담고,
서점을 찾는 이와 가볍게 인사를 나누거나, 안부를 묻기도하고 서로의 책을 내놓고 감상을 이야기하며 일상을공유하는 따뜻한 삶을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 P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