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전쟁을 배경으로 마침내 슬프도록 아름다운 청혼에 이르게 되는 이 책은 sf 소설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전하는 편지 또는 일기 형식의 이야기체로 담담하게 펼쳐지는 우주전쟁은 꽤 디테일하고 생생하며 그 사이사이에 화자의 로맨스는 꽤나 낭만적이다.
우주태생의 주인공이 한참이나 먼 지구에 있는 연인에게 지구중력을 재현한 새 휴양선으로 놀러오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구중력을 체험하며 좋아하는 지구인들을 재밌는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지구중력때문에 당황했던 지구에서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전쟁이 끝나면 새 휴양선에서 만나자는 꽤 로맨틱한 이야기를 한다. 이때만해도 그저 어떤 청혼을 할까 상상하며 다음 페이지로 책장을 넘기게 되는데..
이후로는 청혼과는 거리가 먼 우주전쟁이야기가 펼쳐진다. 쉽게 이해되지는 않지만 나름의 상상력을 동원하게 만드는 우주전쟁, 빛의 속도로 쏘아대지만 어쩐일인지 적함을 정확히 맞추지 못하는 루시퍼 입자라든지 주정뱅이처럼 흔들리는 버글러의 모순등이 꽤 흥미롭게 들린다. 거기에 뜬금없이 예언서가 등장하고 다른 차원, 다른 시간의 가설이 등장하고 반란군이야기까지 전개가 되면서 무척 긴박하고 생생한 우주전쟁이 펼쳐진다.
‘우주 저편에서 너의 별이 되어줄께‘
드디어 우주전쟁은 막을 내리게 되지만 주인공은 우주의 비밀을 파헤치겠다며 우주 저편에서 별이 되어주겠다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청혼만을 남긴다. 이미 우주속의 어느 별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를 사랑 이야기에 한참을 멍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