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어떤 이들에게는 힘이 되지만, 원석은 추억조차 어깨에짊어진 짐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LP판에 새겨진 추억들은 원석이 남은 생을 버텨내는 데 힘이 되어 주었다. 비록 남겨진 시간이 너무도 짧았지만, 그조차도 원석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원래 소중하고 반짝이는 것들은 스쳐 가는 법이니까.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게 자신 곁에 왔다 갔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바로 원석이 그랬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원석은 자신의 삶에도 소중함과 반짝임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그걸 알고 떠날 수 있게 해준 인연들에 감사했다. 원석이 펜더 기타를 품에 안은 채 마지막 숨을 들이켜면서웃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