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사진과 문장이 아름다운 여행에세이, 풍경의안쪽

《풍경의 안쪽>은 1999년 4월 첫술을 떠서 지금까지 중단없이 먹고 있는 제 ‘여행 밥‘의 중간 결과물입니다. 운이 좋아무수히 많은 곳들을 돌아다녔는데, 그중에서도 유난히 마음이끌렸던 장소와 홀연히 마음의 빗장이 풀렸던 시간과 한순간마음이 일렁이게 만든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핍진하게 모았습니다. 문장을 짧게 쓰려 애썼고, 과도한 감상주의를 경계하고자 했으나 미진한 구석이 많습니다. ‘풍경의 안쪽에 가닿지 못한 안타까움은 앞으로 성취해야 할 작업의 원동력으로 삼겠습니다. 나아가고 나아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울울창창한 블랙포레스트에 며칠간 유하며 목격한 가장 신비로운 장면은 마지막 날 밤 홀연히 찾아왔다. 밤 10시가 살짝 넘은 시각. 눈꺼풀이 아직 무겁지 않아 객실 테라스로 나갔더니 불과 20분 전만 해도 실체를 어리비치지 않던 물안개가 어느 틈에 사부작사부작 피어올라 호수 위를 자욱하게 메우고 배후의 산등성이마저 휘감고 있었다. 비록 높낮이의 차이는 있지만 북유럽 오로라의 ‘커튼 퍼포먼스‘를 보는 듯했다. 하늘하늘한 밤안개와 총총한 별들이 힘을 합쳐 내뿜는광채 때문에 쉼 없이 옷깃을 파고드는 높바람 속에서도 커피한 잔을 다 마실 때까지 3층 테라스를 벗어날 수 없었다. 방으로 돌아와 푹신한 침대에 몸을 파묻었지만 방금 전 눈앞에 펼쳐진 환상곡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잠들 수 없었다. 맹렬하고도 적막한 밤이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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