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은 미스터리한 느낌도 들고 때로는 우화같기도 한데 왠지 위로를 받게 되는 작가 도대체의 이야기집, 기억을 먹는 아이!

작가는 힘들고 지칠때마다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묵히고 묵혀두었던 이야기들이 세상을 뚫고 책으로 나온것이다. 사는게 고달프고 힘든 순간 절망하거나 낙담하기보다 아무나 상상하지 못하는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오래 묵혀둔 만큼 곰삭은 이야기가 모든 힘들었던 순간들을 삭혀주는 느낌이다.

사람들의 나쁜 기억을 먹어 치우는 [기억을 먹는 아이], 허공을 날아다니는 검은 비닐봉지의 비명이 들린다는 [비행], 검은 비닐봉지에 버려져 나쁜 기억을 먹어치우는 아이로 자란 [그 아이] , 이 세 이야기는 하나로 이어지는듯한 느낌이다. 어쩐지 약간은 호러스럽지만 작가가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으면 기억을 먹는 아이를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구름아래 세상이 어떤 곳인지 몰라 뛰어 내리기를 망설이는 [눈송이]는 마치 한편의 우화같다. 마치 세상에 첫발을 디디길 망설이는 누군가의 이야기인것만 같다. 이미 세상을 경험하고 온 친구들의 이야기는 하나도 같은게 없다. 화려한곳, 고요한곳, 무언가를 사고 파는 곳, 또는 소원을 비는곳이라며 각자 자신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말한다.

‘여하간 너는 눈송이잖니? 그러니 어찌됐든....
눈송이로 존재하는 거지, 그리고 눈송이여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겠지.‘

만나는 친구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되니 눈송이는 더욱 망설이게 된다. 그러다가 만난 세상은 너무 넓어서 아직도 다니는중이라는 기러기의 이야기가 의미있게 와닿는다. 이제 눈송이는 세상으로 뛰어내릴 수 있을까? 나라면 눈송이에게 세상이 어떤 곳이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그리고 수많은 눈송이가 세상에 내려앉는 그림들이 이어지는 페이지가 어쩐지 뭉클한 감동을 준다. 눈송이가 어디로 내려앉든 눈송이로 존재할 수 있기를.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디딘 누군가 세상에 떠밀리지 않고 누군가로 존재할 수 있길!

도대체 작가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멋진 이야기들을 쓸 수 있는지 다른 이야기들도 궁금해진다.


*서포터즈로 가제본을 받아 일부만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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